[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초강력 초음파 에너지를 한 곳에 집중시켜 초점 부위 조직을 제거하거나 치료하는 고강도 집속초음파 기술이 차세대 의료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외과적 수술 없이 종양 제거가 가능해 정상조직의 부작용이 적고 회복 시간도 빨라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수학적 모델링 기법과 초고속카메라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집속초음파의 연조직 제거효과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해 주목받고 있다.
| 집속초음파 연조직 제거효과(boiling histotripsy)에 의해 물리적으로 제거된 동물 간 조직. 사진=KI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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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는 바이오닉스연구단 박기주, 김형민 박사팀이 영국 런던대학교(University College London) 기계공학과 사파리(Saffari)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강력한 초음파 영역에서 발생하는 음향 공동현상을 예측하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하고 집속초음파의 연조직 제거효과 메커니즘을 학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음향 공동현상(acoustic cavitation)은 액체 내 압력 변화에 의해 기포(공기방울)가 발생하는 현상 또는 액체 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기포가 압력 변화에 따라 진동 및 붕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대기압의 수백 배에 달하는 수십 메가파스칼(MPa)의 압력 세기를 갖는 고강도집속초음파는 1000분의 1초 남짓한 짧은 시간에 초점 부위의 온도를 끓는점까지 올릴 수 있다. 이때 초점에서 발생한 수증기 기포의 운동에너지를 이용하면 주변 세포 조직을 물리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한 다양한 의료기술이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관련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KIST 연구팀은 먼저 강력한 초음파 영역에서 발생하는 음향 공동현상의 운동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세포 조직의 변형률을 계산했다. 이어 인체조직 모사실험을 수행하고 이때 발생한 공동현상을 초고속카메라로 촬영했다.
연구진은 정확도를 검증하기 위해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예측한 값과 초고속카메라 촬영 결과를 동일조건에서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기포의 운동에 의해 발생하는 강도는 연조직을 파괴할 수 있을 만큼 강하면서 혈관이 파괴될 수 있는 강도 보다는 약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결과는 고강도 집속초음파 연조직 제거효과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포의 운동 변화 및 강도를 조절하면 원하는 세포조직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KIST 박기주 박사는 “이번 연구는 초음파를 이용한 연조직 제거 메커니즘을 학계 최초로 규명한 것으로 수학적 모델링 기법으로 최적화된 초음파 조사 조건을 찾으면 외과적 수술 없이도 종양치료 및 특정 세포만을 선택해 제거하는 것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KIST 김형민 박사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향후 항암면역치료와 세포이식술 분야 등에도 활용되는 기술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KIST 기관고유사업 및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 융합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Ultrasonics Sonochemistr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