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이 예상을 깨고 수장을 상당수 교체하는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이청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고, 기존 최주선 사장은 삼성SDI 사장으로 이동했다. 유임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과 함께 ‘기술통’들이 계열사를 이끌게 된 것이다. 기존 삼성SDI 수장인 최윤호 사장은 신설된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자리를 맡게 됐다.
|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1월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앙코르 호텔의 삼성디스플레이 전시장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삼성디스플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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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추격 따돌릴 이청…‘최주선 매직’은 배터리로 삼성디스플레이는 28일 이청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내정했다. 이 사장은 기존 최주선 사장과 함께 중소형 사업의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과 공정기술 등에 밝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의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초격차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주선 사장은 삼성SDI의 새 수장이 됐다. 부진한 업황 속에서도 홀로 성장세를 보였던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아 배터리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다. 배터리 산업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영향으로 둔화하면서 삼성SDI 수익성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최 신임 사장이 어떤 체질 개선으로 위기를 돌파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사진=삼성디스플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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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SDS는 이준희 삼성전자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내정했다. 그는 미국 MIT에서 전기전자공학 석·박사를 받았고,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등을 거친 통신기술 전문가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서 기술 혁신을 이뤘던 경험을 살려 클라우드와 디지털 물류 신사업 성장을 확대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최근 삼성SDS가 주력하고 있는 생성형 AI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장덕현 삼성전기(009150) 사장은 주요 전자 계열사 수장 가운데 유일하게 유임됐다.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업에 더 힘을 얻은 셈이다. 전장용 MLCC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이다. 전기차의 성장성에 주목한 이 회장은 지난 10월 MLCC 해외 사업장을 찾아 ‘기회 선점’을 강조했다. 공대 출신 엔지니어인 장 사장은 ‘Mi-RAE (미-래) 프로젝트’로 신사업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자 계열사들의 인사 폭이 예상보다 훨씬 컸다”며 “기술통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도 주목할 점”이라고 했다.
|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왼쪽)와 최윤호 삼성SDI 대표.(사진=각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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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사장 싱크탱크 이동…계열사 경영진단 역할삼성의 싱크탱크 삼성글로벌리서치는 ‘경영진단실’을 신설했다. 재무 전문가인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초대 실장으로 이동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과거 미래전략실의 핵심 멤버였던 최 사장과 김완표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이 다시 만났다는 점을 주목하는 기류가 있다. 추후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경영진단실은 기존에 하던 컨설팅 업무를 강화해 삼성 계열사 경영진단을 수행하는 사장급 조직이다. 과거 미래전략실에 있던 조직인 만큼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평가가 일부에서 나온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와는 별개의 조직으로 운영되며 독립성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