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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반도체 호황’이 고꾸라지는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가계와 정부의 씀씀이가 줄어들고 부동산 경기까지 둔화하는 와중에 그나마 희망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이는 최근 거시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당장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0.4%)을 제조업이 모두 책임지다시피 했는데, 그 중 핵심은 반도체다. 반도체가 없었다면 성장률이 훨씬 더 낮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수출 반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만 지나친 쏠림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반도체는 부침이 심한 업종 중 하나다. 이런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성장률 떠받친 반도체 호황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0.4% 중 제조업의 기여도는 0.5%포인트였다. 농림어업(-0.1%) 전기가스·수도사업(-0.1%) 건설업(0.0%) 서비스업(0.0%) 등 다른 산업군보다 더 성장한 것이다. 제조업이 아니었으면 성장률은 마이너스(-) 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지난 2010년 4분기(0.6%포인트)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제조업 내 세부 업종들의 기여도는 오는 3월28일 잠정치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나온 수치는 속보치다.
실제 지출 측면에서 설비투자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0.5%포인트였다. 건설투자(-0.3%포인트)보다 더 높다.
이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의 호실적과 직결돼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매출액 14조8600억원과 영업이익 4조9500원을 각각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오는 26일 나오는 SK하이닉스의 실적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메모리업계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유례없는 호황이다. D램의 경우 공급 자체가 적은 상황이다. 주요 수요처인 PC 시장이 침체했지만, 이른바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가격이 더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낸드의 경우 수요가 넘쳐나고 있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시대의 필수 부품이 낸드다. 낸드가 탑재되는 차세대 저장장치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도 호조다.
최근 수출 반등도 반도체가 선봉장이다. 이번달 1~20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0% 급등했다. 주요 품목 중 반도체의 상승률은 무려 52.5%다.
반도체 덕에 수출이 꿈틀대자, 경상수지도 ‘불황형 흑자’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 등을 사고 팔면서 벌어들인 외화(수출)와 지급한 외화(수입)의 차이를 말한다.
‘반도체 쏠림’ 부작용 우려도
민간 소비심리가 나빠지고 정부 정책 여력도 줄어드는 와중에 반도체의 도드라진 성장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다.
그럼에도 이런 쏠림은 부작용이 없지 않다. 반도체 초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 하락 우려가 덜한 D램은 그나마 낫지만, 낸드의 경우 너도나도 증설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나 낸드의 투자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그 중 주목되는 게 중국의 움직임이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가장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면서 “이르면 내년에는 중국산(産) 낸드가 시장에 나올 수도 있다. 낸드 호황은 몇 년 안 갈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라면서 “현재 상승 사이클인데, 수요가 많아져 가격이 올라 공급이 많아지면 하향 안정화하는 때는 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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