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감자튀김, 전쟁…눈 앞에 닥친 식량위기

  • 등록 2022-06-07 오후 9:00:00

    수정 2022-06-07 오후 9:48:02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시작은 감자튀김이었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 중순. 국내에서는 햄버거 세트에 필수였던 감자튀김이 사라졌다. 업체들은 부랴부랴 치즈스틱 등 다른 메뉴로 변경해 판매했다. 그리고도 한동안 감자튀김은 불안정하게 공급됐다.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상운송이 불안정해 공급난이 발생한 것이다. 감자튀김 대란은 올해 초까지 일본, 케냐 등에서도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밀 농장. (사진=AFP)
그리고 지난달부터 국내에 또 다시 감자튀김 대란이 일어났다. 감염병·공급망 불안·산지 생산량 감소·기후변화 영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감자튀김을 먹고 안먹고가 뭐가 중요하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원하는 식품을 항상 적정한 가격에 살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2월부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진행중이다. 감자튀김 한 품목의 문제만이 아니라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 세계 밀 수출국 5위인 우크라이나 ‘유럽의 빵공장’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에 수천만톤의 밀이 쌓여 있지만 수출길이 막히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량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밀 가격은 올 초 대비 무려 60%나 상승했다.

밀값의 폭등은 ‘식량 보호주의’로 확산했다. 국제 곡물 가격이 뛰면서 식량 불안이 커지자 농업 생산국은 자국내 가격 안정화를 이유로 각종 농산물과 식품 수출을 제한했다. 1일 기준 전 세계에서 곡물·식품 수출을 금지한 국가는 총 20개국. 허가를 받도록 한 국가는 7개국이다.

이러한 수출 제한은 저소득국, 빈곤국에는 치명타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빈곤국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을까.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과 원유 등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곡물가 급등의 영향도 받지만 그 여파로 물가가 더 오른다. 밀가루가 주 재료인 칼국수와 빵 가격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밥상 물가가 모두 오른 것이 그 결과다.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제한 때는 대형마트에서 식용유 구매제한을 두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식량안보가 국민들이 원하는 다양한 먹거리를 항상 적정한 가격에 조달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면 식량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동안의 정부의 식량 정책을 보면 먹고사는 문제에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020년 기준 20.2%다. 2012년에는 2017년까지 곡물 자급률을 3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23.4%로 떨어졌고, 2017년에는 다시 2022년에 이를 32%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2020년에 이미 자급률은 20.2%로 떨어졌다. 곡물파동 때마다 식량 자급률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수치는 더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연도별 목표만 세워놓고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적인·현실적인 계획과 그 과정은 뒷전이었던 탓이다. 곡물 자급률을 목표치로 맞출 수 있는 해당 작물이 재배면적이 있는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더 이상 정부가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서는 안된다. 전쟁과 감염병, 기후변화 등은 앞으로도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는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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