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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내정자는 세제·규제를 완화해 민간 활력 회복을 통한 경제 회복을 천명했다. 다만 현재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당분간 재정 지출 의존은 계속되는 만큼 초기 당면 과제의 해결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文정부, 경제 원리 맞지 않은 정책 벌여”
추 내정자는 경제부총리 후보자 지명을 받은 지난 10일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경제 원리에 맞지 않고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정책들을 자꾸 한다”며 “시장이 감당 안되는 정책을 가치·이념·진영 논리로 강행한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꼬집었다.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인 소주성은 “듣도 보도 못한 용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마차가 말을 끈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성장이 돼야 소득도 늘지, 하늘에서 소득이 떨어지느냐”며 먼저 성장을 통한 소득의 분배 방침을 강조했다.
소득을 늘리기 위해 실시한 최저임금 인상도 부작용이 컸다는 지적이다. 정부 임기 첫 해부터 최저임금을 16% 넘게 올리면서 사업주 어려움이 커졌고, 결국 코로나19 사태에선 지난해 1.5%, 올해 5.1%에 그쳐 명분을 얻지도 못했다. 모든 사업장에 획일적인 도입한 52시간 역시 기업이 감당하지 못하는 정책이었다고 추 내정자는 비판했다.
부동산 정책도 무리수를 뒀다고 판단했다. 추 내정자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늘어야 하는데 투기 수요 억제란 미명 아래 세제를 과도하게 동원해 국민 부담을 줬다”며 “인위적으로 (시장을) 눌러선 결국 불안 요인으로 된다”고 지적했다.
“필요시 세제 지원, 규제도 풀어가겠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슬로건’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당면 과제로는 생활물가 등 민생 안정이 최우선이고 경제 성장의 핵심은 정부가 아닌 민간과 기업에 있다고 규정했다.
우선 문재인 정부에서 이어지던 확장적 재정 정책 기조는 종료 수순이다. 추 내정자는 “지금은 정부, 재정 주도 경기 대책이 주였는데 우리 경제 활력 회복이나 체질 강화 중심은 여전히 민간. 기업, 그리고 시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재정을 투입해 공공일자리를 만들고 공무원을 늘리는 등 정부 주도로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민간 경제 활성화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국내총생산(GDP)이 0.9% 역성장했을 때 정부 기여도는 1.0%로 저지선을 형성했다. 지난해에도 정부 재정이 0.7%의 성장을 담당했다. 추 내정자는 “재정을 집중 투입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투자 지표로 잡혀 정부 부문에서 성장을 견인하는 운용은 지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재정은 보완적인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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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내정자 역시 “세제 지원도 필요하다면 당연히 하고 기업이 맘껏 뛸 수 있게 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풀어 가겠다”고 화답했다. 부동산 역시 시장 논리에 맞춰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몰리는 지역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와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등이 예상된다. 보유세·양도세 정상화도 못 박았다.
전문가들 “정부, 민간 자라도록 중립성 지켜야”
현재 경제 상황이 엄중한 만큼 민간 주도 경제 활성화가 당장 실현될 지는 불투명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공급망 차질 등 세계 경기 리스크가 불거졌고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경기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감도 커진 상태다.
추 내정자 역시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도 “다만 경기에 대응하고 현실적인 재정 지출 소요를 무시할 수는 없다”며 당분간 재정을 통한 경기 하강 방지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재정의 최소한 역할을 지키면서 기업이 활동할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은 기업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건전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는 시장에 간섭하지 않고 자체로 선별 기능을 갖추고 육성할 수 있도록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