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재부, 궐련형 전자담배 담뱃세 인상안 검토

시판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들. 왼쪽부터 필립모리스 ‘아이코스’, BAT ‘글로’, KT&G ‘릴’. [사진=각 사]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아이코스·글로·릴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담뱃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 만큼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담뱃세는 적게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 형평성을 고려하는 취지로 검토에 착수한 상황이어서 향후 담뱃값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7일 통화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연구 결과처럼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의 유해성이 똑같다면 세금도 같은 수준으로 가야 한다”며 “인상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조세 합리성을 고려하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담뱃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열어 놓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궐련형 일반담배에는 1갑당 지방세 1007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 개별소비세(개소세) 594원 등 3323원의 세금이 붙는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90% 수준인 3004원만 세금이 붙는다. 이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개소세가 일반담배의 90% 수준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아이코스가 출시된 뒤 세금 문제가 불거졌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 세금의 절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기재부는 일본의 궐련형 전자담배 과세 수준, 세제 공백 우려 등을 제기하며 과세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필립모리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한 담배회사 측은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최대 90% 정도 적다고 홍보했다. 당시 유해성 관련 국내 기관의 연구는 없었던 상태였다. 기재부는 식약처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이어 국회는 지난해 11월 본회의를 열고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을 일반담배의 90% 수준까지만 올리는 개소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후 이번에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부터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엠버), BAT코리아의 글로(브라이트 토바코), KT&G의 릴(체인지) 제품을 대상으로 유해성분 11종을 분석한 결과, 일반담배와 다름없는 양의 니코틴과 타르가 검출됐다고 7일 밝혔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토대로 담뱃세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기재부 다른 관계자는 “담배에 대한 세금이 (유해성 등) 사회적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전자담배 담뱃세가 일반담배 대비 90% 수준인 상황을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담뱃세 인상안을 확정할 경우 향후 세법 개정안에 포함될 전망이다. 내년도 세법 개정안은 빠르면 내달 말 발표한다.

한편 궐련형 전자담배는 올해 9700만갑(1~4월 누계)이 팔렸다. 이는 1~4월 총 담배 판매량(10억8400만갑)의 8.9% 수준이다. 지난해 7.3%(2100만갑·11월 1달 기준) 점유율보다 오르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