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운 기자]업비트 라운지에서 열린 블록체인 행사에 코인원 부대표가 참여해 핵심 발표를 맡았다. 일견 경쟁사 행사장에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보이지만, ‘탈(脫)중앙화’ 특성에 따른 블록체인·암호화폐 분야에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다.
8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라운지에서 열린 ‘루니버스 파트너스데이’ 행사에 참여한 강명구 코인원 부대표는 암호화폐 거래소로서 코인원이 가진 암호화폐 상장 기준을 소개했다.
루니버스는 핀테크 업체 두나무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람다256이 개발한 서비스 구독형 블록체인(BaaS; Blockchain-as-a-Service) 플랫폼이다. 두나무는 람다256 외에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꼽히는 ‘업비트’와 암호화폐 지갑 ‘비트베리’ 등을 관련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코인원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파생 사업을 한다. 치열한 경쟁을 벌일 사이일 법한데,행사의 주요 발표자로 참여한 것이다.
| 강명구 코인원 부대표가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라운지에서 열린 루니버스 파트너스데이에서 코인원의 주요 상장심사 기준을 발표하고 있다. 코인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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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루니버스를 비롯한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가 중앙화되지 않은 채 제각각 움직일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코인원이 거래소로서 상장 기준을 소개한 것 역시 루니버스 플랫폼을 채택한 ‘케이스타라이브’라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암호화폐를 코인원에 상장했기 때문이다. 기존 산업계 논리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블록체인 상에서는 기술적으로나 업계 내부 논리로나 아무 문제가 없다.
하나의 암호화폐가 여러 거래소에 상장되고, 거래소 간에 이상한 거래 동향 탐지시 이를 서로 공유하고 피해 방지를 위해 협업하는 모습 역시 기존 산업계의 시각에선 신선한 모습일 수 있다. 이날 행사에도 코인원은 물론 고팍스(스트리미) 등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행사장을 찾아 업계 사람들과 교류했다.
7일 오후, 같은 건물에서 열린 ‘블록체인 즉문즉답 토크쇼’에서도 블록체인 분야 대표 인물로 꼽히는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현재의 미-중, 한-일 무역갈등은 중앙화된 기존 체제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적 요소”라며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분야는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블록체인의 특성이 디지털 자산 시대를 이끌어 갈 새로운 미래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강명구 코인원 부대표가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열린 ‘루니버스 파트너스데이’에서 코인원의 암호화폐 상장 심사 기준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재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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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강 부대표는 코인원의 상장심사 기준에 대해 “우리는 절대로 상장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으며, 이를 지불했다는 프로젝트(개발사)는 허위나 사기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정신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거래소 운영업체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영속성)과 지배구조 투명성 등을 비롯 △시장 크기(자체 서비스를 넘어 더 원대한 목표를 가졌나) △실제 활용 가능성(암호화폐가 실제 활용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한가) △프로젝트 팀 구성(백서대로 구현할 수 있는 현실적 능력이 있나) △로드맵 달성률(얼마나 심도·밀도 있게 진행하는가) △한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이나 가능성 등을 주요 상장 조건으로 언급했다.
특히 로드맵 달성 요소의 경우 상장 이후에도 계속 점검·추적해 달성이 원활하지 않으면 상장폐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법적·기술적 문제나 거래량 부진, 팀 해산 등의 문제가 생길 경우도 상장폐지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강 부대표는 “최근 상장 신청을 해온 프로젝트를 리뷰해보니 95%가 우리 기준에 못 미쳐 탈락했다”며 “최대한 좋은 프로젝트를 상장하는 것이 (거래소 운영사인) 우리 입장에도 이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