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새 국무총리에 노무현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62ㆍ경북 고령) 국민대 사회과학대학 행정정책학부 교수를 지명했다. 또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민안전처 장관에 각각 호남 출신의 임종룡 금융위원장(57ㆍ전남 보성)과 박승주(64ㆍ전남 영광) 한국시민자원봉사회 이사장을 발탁했다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수습을 위한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이은 2차 인적쇄신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권이 요구하는 거국중립내각의 취지를 살리고자 참여정부와 호남출신 인사를 대거 기용한 것”이라며 “향후 책임총리가 내치를, 대통령은 외치에 전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참모는 “대통령의 권한 중 내치를 총리에게 대폭 넘겨 역대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총리가 될 것”이라며 “향후 이어질 개각도 전적으로 총리의 몫”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이날 발표된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를 직접 추천하면서 후보자 신분에서 책임총리 권한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외교·안보 분야는 헌법상 군 통수권자인 박 대통령이, 나머지 정치·사회·경제를 아우르는 모든 국내문제는 총리가 도맡는 사실상의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성격을 띠게 됐다. 더 나아가 여권 내부에선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신임 총리가 내치 대통령”이라는 섣부른 관측도 나왔으나 청와대는 “너무 나간 이야기”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결국 내치가 야권 성향의 신임 총리에게 넘어감에 따라 향후 박근혜 정부의 양대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김 후보자가 박 대통령에게서 최순실 파문수습에 필요한 권한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총리직을 수락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최순실 파문수습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자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온 국정교과서 정책 등의 선회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개연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이원집정부제’가 시행되는 만큼 박 대통령이 제안했던 ‘임기 내 개헌’도 재가동될 공산도 커졌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이 염두에 둔 ‘대통령 4년 중임제’보다 이원집정부제로 개헌으로 방향이 급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여야에 일언반구 없는 일방통행식 총리 임명에 반발하며 국회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선언 및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거대 야권이 청문회 자체를 거부하면서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의 과반 찬성’으로 이뤄지는 총리 인준안 통과에 험로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참모는 “김 총리 후보자가 대야(對野) 관계도 전담할 것”이라며 “대화로 정국을 풀어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