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승부수를 던지면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을 초접전 구도로 만들었다. 유증 결과에 따라 최 회장 측(우호 지분 포함)이 MBK·영풍 연합의 지분율을 소폭 넘어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등 캐스팅보트의 표심 향방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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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의 이번 유증 계획에서 눈여겨볼 것은 바로 우리사주조합 물량 배정이다. 고려아연은 우리사주조합에 총 신주발행 물량의 20%를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이는 유증 후 지분율로 따지면 3.07%(기존 2807주 포함)로 만약 우리사주조합이 20%를 모두 청약한다면 고려아연은 MBK·영풍 연합과의 지분 경쟁에서 소폭이지만 우위에 서게 된다.
현재 최 회장 측(우호세력 포함)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35.4%다. 유상증자 후 지분율 희석과 우리사주조합 배정 물량 등을 감안하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은 33.07% 수준으로 추산된다. 반면 현재 38.47% 지분을 보유한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가 끝나면 지분율이 32.59%까지 떨어진다.
MBK·영풍이 고려아연의 유증에 참여하더라도 최종 지분율은 33.05%에 그칠 것으로 파악된다. 최 회장 측 지분율 33.07%에 0.02%포인트 뒤처지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에 대해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모든 청약자에 대해 특별관계자 포함 총 모집주식수의 3%인 11만1979주 내에서만 배정할 방침”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MBK·영풍이 다른 우호세력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공개매수에는 3%밖에 참여할 수가 없는 구조다.
| 왼쪽부터 강성두 (주)영풍 사장,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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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기존 보유한 자사주 중 1.4%의 의결권을 회복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우리사주조합 등에 처분할 경우 다시 의결권을 회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을 다루지 않았지만, 만약 추후에라도 1.4%의 자사주를 우리사주에 처분할 경우 양측의 지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 측이 지분율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며 임시 주총이 예상보다 빨리 열릴 거란 전망도 나온다. MBK·영풍은 지난 29일 고려아연 이사회에 임시 주총 소집을 청구했는데, 최 회장 측이 지분율에서 앞설 경우 주총 개최를 연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MBK·영풍은 사외이사 1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을 새롭게 선임하는 것과 집행임원제 도입 안건을 올렸다.
양측 지분 경쟁이 초접전 구도가 만들어지며 7.83%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등 캐스팅보트의 표심 향방에 승부가 갈릴 것으로도 예상된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 사태와 관련해 오는 31일 긴급 브리핑을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