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이주현 학생, 하반신 마비 딛고 장애인 웨어러블 로봇대회 수상

사이배슬론 2020 수상과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입학 동시 영광
“여성과 장애인 인권증진에 기여하고파” 포부 밝혀
  • 등록 2020-11-24 오후 4:45:31

    수정 2020-11-24 오후 4:45:31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이화여대 재학생이 하반신 마비를 딛고 국제 장애인 웨어러블 로봇 대회에서 3위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화여대는 정치외교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주현(20) 씨가 최근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사이배슬론(cybathlon) 2020’ 한국지역 경기의 ‘착용형 외골격 로봇(EXO) 종목’에서 3위 동메달을 차지했다고 24일 밝혔다. 장애인 선수가 로봇과 같은 생체공학 보조장치를 착용하고 기록을 겨루는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5분 51초 기록으로 수상한 이주현 씨는 “약 1년 반 동안 여러 사람의 노력 끝에 좋은 성과를 이루게 되어 매우 기쁘고 제 인생에 있어서도 기억에 오래토록 남을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 씨는 고등학생 3학년이던 지난해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고3 수험 기간에 발생한 사고 충격으로 실의에 젖어 있거나 낙담하고 있을 수 있었지만 이 씨는 달랐다.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 입원해 치료받던 중 담당 교수인 신지철 교수와 나동욱 교수의 소개로 국제 사이배슬론 대회를 알게 되었고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씨는 “이미 벌어진 안 좋은 일에 대해 좌절하고 있는 것은 제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 나갈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다”며 “사이배슬론 대회에 출전함으로써 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찾고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작년 6월부터 카이스트 연구팀에 합류해 2020 사이배슬론 출전을 목표로 훈련을 해왔다. 훈련과 함께 수능시험 준비를 병행해 올해 초 대표선수 선발과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합격의 영광을 동시에 안았다. 하지만 대학교 새내기이자 장애인 선수로서 학업과 선수 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 씨는 고도의 노력과 도전정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국제대회 수상의 영예는 물론 4.3 만점에 4.08의 우수한 성적으로 1학기를 마칠 수 있었다.

올해 20학번 새내기가 된 이 씨는 이화여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사이배슬론 대회 출전시 착용한 로봇 이름을 이화여대의 상징색인 ‘이화그린’에서 따와 ‘그린이’로 정했을 정도다. 이화여대의 장애학생지원제도 또한 이 씨에게는 또 다른 매력이라고 했다. 이씨는 “1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로 확정되기 이전에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강의실간 이동시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시려고 했고 기숙사, ECC 등에도 장애인 학생을 위한 기숙사실과 많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장애인이 자유롭게 교내를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학교의 장애학생 편의시설과 배려에 관심을 표했다.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이 씨는 앞으로 여성과 장애인 인권 증진에 기여하는 위치에 오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씨는 “아직까지도 수많은 여성과 장애인들이 표면적으로, 그리고 암묵적으로 사회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면서 “특히 여성 관련 성범죄의 낮은 형량과 장애인의 이동권, 배변권과 관련한 문제를 꼭 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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