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승계 전통 잇는 LG…구본준 '상사'·구광모 '전자·화학' 집중

구본준, LG그룹서 LG상사·LG하우시스·판토스 계열분리할듯
그룹내 3개사 매출 비중 10%…구광모 체제 영향 미미
판토스 등 그룹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해결
  • 등록 2020-11-16 오후 4:42:52

    수정 2020-11-16 오후 9:39:42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LG그룹의 장자(長子·장남) 승계 독립 경영 체제 전통이 3세대에서 4세대로 맥을 잇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고문이 그룹 전통에 따라 LG상사(001120)LG하우시스(108670), 판토스를 거느리고 그룹에서 계열 분리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고문이 계열 분리하면 LG그룹의 3세대 계열 분리 작업이 마무리된다. 구 고문과 구 회장은 이번 계열 분리를 계기로 각자도생하는 만큼 구 고문은 상사 중심, 구 회장은 전자와 화학·생활 사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고문 (사진=LG전자)
구본준, (주)LG지분 활용해 LG상사 등 경영권 지분 인수

16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르면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LG상사와 LG하우시스·판토스 계열 분리안을 결정한다. 구 고문은 LG그룹의 지주사인 LG그룹 지분 7.72%를 보유 중이다. 이 지분의 가치는 약 1조원이다. 구 고문은 이 지분을 활용해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로 독립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LG상사의 시가총액은 7151억원, LG하우시스는 5856억원이다. 구 고문이 현재 보유한 (주)LG 지분으로 LG상사와 LG하우시스·판토스의 경영권 지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구 고문이 LG상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에 나서는 것은 LG그룹의 주력사업인 전자와 화학부문은 보존하며 그룹 지배구조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계열 분리 대상인 LG상사, LG하우시스, 판토스 등의 매출은 LG그룹 전체 매출 160조원(2018년 기준)의 약 10% 수준이다. 구 고문이 계열 분리하더라도 향후 구광모 체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애초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 LG이노텍(011070), LG디스플레이(034220) 등 전자 계열의 분리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066570)의 미래 먹거리와 연관돼 있어 계열 분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이 판토스 지분을 정리하고 LG상사가 여의도 LG트윈타워 지분을 ㈜LG에 매각한 점 등에 비춰봤을 때 LG상사와 판토스 등의 분리 가능성이 높게 점쳐왔다.

판토스 등 일부 계열사 내부거래비율 60% 달해

LG그룹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점도 한 이유다. 30여 년간 LG그룹 해외 물류를 도맡아 온 판토스는 LG전자(066570), LG화학(051910) 등이 주요 고객사로 내부 거래 비율이 60%에 달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표적이 돼왔다.

구 고문은 계열 분리가 마무리되면 LG상사를 주축으로 LG하우시스와 판토스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 고문은 2007~2010년에는 LG상사 대표이사도 지내며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왔다. LG상사는 67년의 업력을 지닌 종합무역상사로 에너지·산업재·물류 부분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09년 LG화학의 산업재 사업 부문을 분할해 만든 건축 자재, 자동차 소재 기업인 LG하우시스도 지난해 매출 3조원을 거두며 독자적 사업 영역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판토스는 해외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해 LG상사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그룹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전자와 화학, 생활 사업에 주력할 전망이다. 앞서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와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LG화학은 미국 자동차 접착제 기업 유니실, LG생활건강은 뷰티기업 미국 뉴에이본과 일본 에바메루 등을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계열 분리로 LG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며 “경영권 분쟁 없이 장자승계의 전통도 이어갈 수 있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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