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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보급품으로 일괄 지급되던 군납용 담배는 2000년대 중반 정부의 금연 정책 등과 맞물려 보급 대신 영내 PX에서 직접 사서 피는 것으로 바뀌었다. 국방부는 장병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의미로 지난 2007년부터 매년 4월 수입 담배 브랜드까지 포함된 공개 입찰을 통해 군납용 담배를 선정했다. 외국 담배는 한 번도 선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창군이래 처음으로 외국계 담배회사 제품이 군납용 담배로 선정됐다. 필립모리스의 ‘말보로 골드 오리지널’과 JTI코리아의 ‘메비우스 LSS 윈드블루’ 등 2종의 외국 브랜드 담배가 군납용 담배 20종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국가를 수호하는 장병들이 외국 담배를 피는 것이 합당하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WTO의 정부조달협정에도 모든 군수물자에 대해 예외적으로 자국산 제품의 우선 구매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외국계 담배업체의 담배를 선정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과 영국, 일본 군대는 자국산 담배만 군납 담배로 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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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도 이런 이유로 외산 담배의 군납 허용에 대해 ‘국민정서상 시기상조라고 하는 우려’에 동감을 표시했다. 한 장관의 우려 표명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순광 국방부 국군복지단장은 외산 담배 2종을 새 군납용 담배로 선정했다.
경대수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은 “군대는 국가안보를 책임지며 나라를 지키는 특수조직이며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이 매우 중요하게 요구되는 특수성이 있는데 이런 곳에서 양담배, 일제담배를 판매하고 구매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군납 담배 선정은 예년과 달리 지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통령 탄핵으로 일정기간 공무가 마비단 탓이다. 이 와중에 JTI코리아의 문제가 드러났다. 국군복지단이 지난 3월 발표한 ‘일반담배 납품품목 선정 공고’를 보면 납품 신청 자격 사업자는 ‘국내에서 직접 제조 및 판매하는 업체’로 규정돼 있다.
외국계 담배 회사들은 군납 담배 입찰에 대해 “공정거래 차원에서 판매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러나 외국계 담배 회사들은 군납 담배까지 진출하면서도 정작 기업의 사회환원이나 재투자 등을 통한 한국사회 기여에 인색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담배 업계 관계자는 “담배는 상징성이 강한 기호식품이고 군인은 소비자이기에 앞서 국가를 수호하는 이들인만큼 외국 군대에서도 자국 담배만 납품을 허용하는 게 일반적이다”며 “여기에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인색한 외국 담배업체들이 군납 담배마저 잠식하는 한국의 상황은 충분히 공론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