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IT공룡의 부활]②日 발목잡던 4인방, `선라이즈(SNRZ)` 우뚝

SNRS, 소프트뱅크·닌텐도·리쿠르트·소니..1년새 65% 급등
AI 등에 선제적 투자…실적까지 개선 기대
美 조정에 SNRS도 주춤…낮은 PER에 영향 적을 듯
  • 등록 2017-06-15 오후 3:50:17

    수정 2017-06-15 오후 3:50:17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미국 증시를 이끌던 IT주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 추락하고 있다. 반면 일본 IT주 SNRS(소프트뱅크·닌텐도·리쿠르트·소니)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른다. 대형주로 구성된 토픽스지수가 최근 1년간 19% 오르는 사이 SNRS는 무려 65%나 상승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매각설과 실적난에 허덕였지만 이젠 일본 증시를 주도하는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SNRS, 미래 내다보는 선제적 투자 ‘먹혔다’

15일 도쿄 1부 주식시장에서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6월 초보다 50.9% 오른 9078엔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소프트뱅크는 인도 1위 전자상거래업체 플립카트와 3위 스냅딜의 합병을 성사시켰다. 스냅딜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플립카트의 주주(마이크로소프트·이베이·텐센트)를 설득했다. 인도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아마존닷컴에 맞서려면 양사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합병을 성사시키며 소프트뱅크는 글로벌 IT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소프트뱅크는 중동 국부펀드 등과 합작한 비전펀드를 출시한 가운데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초연결 기업 이미지도 굳히고 있다.

최근 1년간 소프트뱅크 주가 추이[출처:니혼게이자이신문]


닌텐도(N)는 지난해 증강현실(VR)게임 포켓몬고에 이어 올 3월 발매한 ‘스위치’까지 연속 대박을 치며 투자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스위치는 가정 거치용 게임과 휴대용 게임이 모두 가능한 구조로 출시 한 달 만에 230만대를 팔아치웠다. 닌텐도는 당초 스위치 판매목표를 1000만대로 잡았지만 최근 이를 1800만대로 올렸다. 야스다 히데키 에이스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는 “호환되는 소프트웨어도 늘어나고 있어 스위치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닌텐도 주가는 지난해 6월 1만6000엔대에서 13일 현재 3만4020엔으로 2배 이상 뛰어올랐다.

리쿠르트 홀딩스(R) 역시 1년 사이 주가가 두 배로 뛴 종목이다. 리쿠르트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 연구기구를 만들고 구글 출신의 데이터 분석가 아론 허비를 스카우트했다. 진학과 취직, 결혼, 주택 등 라이프 사이클을 분석해야 취업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미국 검색엔진 인디드(Indeed)도 인수했다. 이시야마 히카루 리쿠르트 추진실장은 “인공지능(AI)이 동료가 되는 시대를 맞아 인간의 능동적이고 개방적인 창의력을 제대로 배치하는 게 취업 정보업체의 미래”라고 이 같은 행보를 설명했다. 이에 리쿠르트는 단순 구익·구직업체를 넘어 인간 중심의 IT 회사로 자리 잡게 됐다.

소니(S)도 주목할 만 하다. 최근 1년간 주가가 42% 상승한 소니의 비결은 단연 이미지센서다.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주로 부착되는데 사람 표정이나 움직임을 감지해 촬영하는 장치다. 웃을 때 자동으로 사진이 찍히거나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게 이미지 센서의 기술 중 하나다. 소니는 애플 아이폰에 이미지 센서를 납품하며 탄탄한 성장세를 자랑하고 있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요시다 켄이치로 소니 부사장은 지난 “올해를 부활의 해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올해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5000억엔의 영업익을 거둘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72년 소니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 3월 3일 발매된 닌텐도의 ‘스위치’[AFPBB제공]


2~3년전 천덕꾸러기에서 日 증시 구원투수로

이들 종목이 1년 동안 65% 오르며 닛케이225지수 역시 1만7000포인트에서 2만포인트까지 상승했다. 그야말로 구원투수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탄탄대로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2013년 인수했던 미국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가 실적 부진에 빠지며 매년 매각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소니는 2013~2014년 영화·음악 등 콘텐츠를 살리겠다고 나섰다가 한국과 중국 전자업체들에 밀리며 사업 분사 등을 감행해야만 했다. 닌텐도 역시 모바일 게임에 밀려 2011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리차드 카예 닛폰 컴제스트 매니저는 “SNRS 모두 지난 2~3년간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며 “해외 잠재력이 과소평가되다 최근 와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뉴욕증시를 견인하던 FANG이 흔들린 만큼 일본의 IT 대표주자 SNRS 역시 하락세를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미국 IT가 급락한 9일부터 사흘간 내리 2%대 하락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증시 전문가들은 SNRS가 당분간 조정국면을 맞더라도 서서히 반등할 것이라 보고 있다.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181배, 201배에 달하지만 소프트뱅크(12.3배)와 소니(19.9배) 리쿠르트(26.8배) 등은 아주 싼 편이다. 션칭훙 텅치기금관리 투자관리 디렉터는 “최근 미국 FANG의 하락세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졌지만 실적이 좋은 기업들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이와모토 세이치 원 에셋매니지먼트 펀드매니저 역시 “기술주가 급등하며 조정에 들어간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성장 기대감이 여전한 만큼 매도세가 마무리되면 이내 반등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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