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양이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데엔 중학생 시절의 영향이 가장 컸다. 외고 입시 준비로 새벽 5~6시까지 공부하다가 심장 문제로 한 달에 두 번이나 쓰러진 탓이다. 그는 “병원에 입원해서도 겁이 나기는커녕 성적도 증명해주지 못한 노력이 증명되는 느낌이었다”면서 “만약 입시를 거부하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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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9만명의 수험생이 수능 시험지를 받아든 날, 하양을 포함해 네 명의 청소년·청년이 대학 입시를 거부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도 건강보다 입시가 우선시되는 현행 교육제도를 비판하면서 “입시보다, 대학보다, 학벌보다, 우리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외쳤다.
이날 단체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입시를 위해 고등학교 3학년생들을 교실로, 시험장으로 몰아넣는 교육 정책이 비인간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고3은 좁은 공간에 밀집된 채로 오랜 시간을 보내도 괜찮은 존재가 돼야 했다”며 “건강도 실력이란, 아픔조차 허용되지 않는 말이 통용되는 사회에서 고3은 아프면 안 되는 몸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이어 “재난은 학생들을 입시와 학벌의 피라미드 아래서 그저 공부만 하는 존재 정도로 여기거나 그런 존재가 되길 강요하는 한국 사회를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낼 뿐”이라며 “입시와 안전을 양손에 올려놓고 학생들을 가둬두기만 하는 사회에 우리는 분노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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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를 거부한 이들은 자신들이 마주할 사회적 편견을 알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가치와 사회 변화를 위해 선언에 참여했다고 힘줘 말했다. 김재현(19)군은 “대학을 거부한 이들은 시장에서 무가치한 것들로 읽혀 배제당하고 위험한 환경으로 몰려 생존을 위협당하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사람의 가치를 자본의 논리로 환산해 권리를 박탈하는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입시를 거부하면서 다른 친구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하양은 “입시 거부를 한 뒤엔 죄책감 없이 잠을 잘 수 있게 됐다”면서 “최근 대학 입시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는 친구들은 ‘나 자신을 잃은 것 같다’고 하는데, 오히려 나는 이러한 시기를 거치면서 나를 더욱 돌아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