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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與, 중대 문제 논의하며 설명 없어”
평화당과 정의당은 1일에도 지난주 여야 협상안을 비판하며 민주당에 대한 날 선 공세를 이어갔다. 특히 자신들 몫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빼앗기게 생긴 정의당에서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좀처럼 볼 수 없는 수위의 대여(對與) 비판 발언들을 쏟아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상무위원회의에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양대 특위의 연장이 합의됐다”며 “그러나 형식적으로 보면 가장 중요한 핵심은 정의당이 맡고 있는 정개특위 위원장을 교체하는 것이었다는 게 세간의 평가”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러한 중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은 정의당에 사전 협의는커녕 사후에도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며 “이러면서 어떻게 개혁공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교섭단체 이인영 민주당·나경원 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회동에서 지난달 30일까지였던 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위 활동 기한을 오는 8월 31일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또 두 특위 위원장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한 개씩 맡되 여당이 어느쪽을 가져갈지 선택권을 갖기로 했다.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여권이 선호하는 5당 협상 틀 자체에 응하고 있지 않은 한국당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다.
한국당 원내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원래 국회 협상은 교섭단체 대표들 간 합의가 전제”라며 “패스트트랙 법안 합의처리를 위한 첫 단추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 역시 통화에서 “이번 협상과정에서는 교섭단체 중심으로 협의를 해왔다”며 “교섭단체 간 협상이라는 원칙과 방향이 잡힌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선거법, 與野 합의 없이는 어려워”
정의당은 그야말로 뒤통수를 얻어맞았다는 분위기로 그동안 여당과 형성해 온 공조체제가 좌초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정의당 핵심관계자는 “4당 공조체제를 가져가려면 최소한의 사전 소통과 양해를 구했어야 할 거 아니냐”며 “민주당에 굉장히 강한 유감을 가지고 있고 당원들도 격앙돼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해고됐다고 우리당이 반발하는 게 아니다”며 “여당은 20대 국회 숙명이 걸린 선거제와 정치개혁 문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공직선거법을 논의할 정개특위 위원장이 아닌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을 심의할 사개특위 위원장을 선택할 경우 정의당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직을 맡게 되면 결국 여야 4당이 추진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좌초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여당 내부에서는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여야 합의 없이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기류가 상당하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정개·사개특위 위원장 자리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방침이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하면서도 “국민을 위해서는 사법개혁을 먼저 해야 하고 사법개혁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할 수 없다”며 “선거법은 의원 선출방안을 고치는 거니 당장 안 한다고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고 여야 합의가 없으면 실제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의당이 이해를 해줘야지 어떻게 하느냐”며 “여야 합의도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우리가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는다고 정의당이 다시 편들어준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정개·사개특위 어느 쪽 위원장을 선택할지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지지층을 고려하면 사개특위 위원장을 가져와야 한다. 정의당 의사와는 상관이 없는 문제”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