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의 특사로 베이징에 도착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정오께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만나 3시간 가량 대화한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35분간 회동을 했다. 정 실장은 이 자리에서 방북·방미 결과는 물론 시 주석이 가까운 시일 내 한국에 국빈방문을 하길 바란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이 특별히 특사를 중국에 파견해 의사소통을 하도록 한 것은 중한관계를 중시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대화를 지지하며 남북 정상회담 역시 순조롭게 진행돼 성과가 있길 기대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중국은 현재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양회 중에도 정 실장을 만난 것은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힘을 얻는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재자’란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과의 관계가 순조롭지 않았고 지난해 시 주석의 특사였던 쑹타오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을 방문했지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며 양국의 관계는 냉각기를 맞았다. 국제사회에선 중국이 대북 지렛대 역할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며 북한과 미국이 직접 소통에 나서자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독점적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중국 내 팽배했다.
중국 역시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중국이 제시한 ‘쌍중단’(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한국과 미국은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멈추는 것)이 긴장 완화 상황을 만드는 데 주효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내세우며 한반도 문제 해법을 중국이 제시한 것처럼 강조하고 있다.
이날도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시 주석이 한국이 포함된 국제사회는 중국이 제기한 쌍궤병행에 각국의 유익한 제의를 결합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日 “동아시아 기적 직전의 상황…대북 압박의 결과”
일본에는 서훈 국정원장이 특사로 파견됐다. 서 원장은 이날 고노 다로 외무상을 만나 도쿄도 내 외무성 시설인 이이쿠라 공관에서 만찬을 함께 하며 대북 특별사절단의 방북·방미 결과를 설명했다. 이 자리엔 서 원장과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고노 외무상과 야찌 NSC국장, 기타무라 내각 정보관, 가나스기 겐지 외교 아태국장이 함께 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만찬 시간은 약 2시간 50분에 달했다.
다만 고노 외무상은 ‘북한의 대화 움직임은 대북 압박의 결과라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강조하며 일본의 대북 해법이 효과를 본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이제까지 일본은 한·미·일 연대를 중심으로 대북 압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을 대북 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하지만 남북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은 데 이어 북미 정상회담 일정까지 정해지자 한미일 공조가 깨지고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서 소외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도 고노 외무상은 “최근 북한의 변화는 한·미·일이 연계해 실시해온 최대 압력이 성과”라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를 실현하기 위해 최대한의 압박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또 북한과 일본의 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전개는 상황을 보면서 하나하나 연계하고 싶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서 원장은 13일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방북·방미 결과를 설명한 후 일본의 지지를 부탁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북한이 납치한 일본인 문제 등을 언급하며 북한의 비핵화가 확인될 때까지 대북 압박을 이어가야 한다는 뜻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