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수류탄 터뜨린 북한군…우크라 "참전 은폐 목적"

우크라이나 정부 및 군 관계자 증언
"북한군 잇단 자살 사례…20명 육박"
"북한 지도부 명령…일종의 세뇌"
  • 등록 2025-01-14 오후 5:30:29

    수정 2025-01-14 오후 5:30:29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 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북한군이 수류탄을 얼굴 부근에 터뜨려 자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와 군 관계자가 14일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글을 올려 생포된 북한 병사 2명이 다친 상태로 키이우로 이송됐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연합)
교도통신은 이날 북한군이 포로가 되는 것을 피하고, 시신이 수장되더라도 외모로 신원이 확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군 자살자는 20명에 육박한다.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참전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군이 포로로 잡히지 않기 위해 자살을 조직적으로 명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군 병사의 소지품에서 포로가 되기 전에 자결할 것을 강요하는 메모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전선에 배치된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군은 총알이 다 떨어지거나 부상으로 후퇴할 수 없을 때 수류탄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상관이 처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는 “북한 지도부의 명령으로 보이며 일종의 세뇌”라고 말했다.

전장에선 얼굴이 불에 탄 병사의 시신이 여러 구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군은 북한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북한군 동료들이 가연성 액체를 뿌리고 불태워 신원을 숨긴 것으로 추정했다.

1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키이우 도시 상공에서 드론이 폭발하는 장면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에 따르면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 대부분은 러시아군 제 810독립해군 보병여단에 편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쿠르스크주 북서쪽에 배치돼 80~100명 정도 규모의 보병 부대를 편성해 대포와 드론의 후방 지원을 받으며 러시아군에 돌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관총을 휴대하고 있지만, 탱크나 장갑차 등의 지원은 없고, 무선통신 기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드론을 이용한 현대전 노하우가 없어 시대에 뒤떨어진 무모한 전투 방식으로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북한군의 사기는 전반적으로 러시아군보다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군과 관련해서 미 정부 측도 지난달 여러명의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에 항복을 거부하고 자살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러시아가 북한 병사들로 구성된 ‘인간 파도’를 배치하고 있다며, 일부 북한 군인들이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체포될 경우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보복이 두려워서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커비 보좌관은 “북한군이 소모품으로 취급되고 있다”며 “북한 병사들은 고도로 세뇌된 것으로 보이며, 공격이 무의미 하다는 것이 분명한데도 공격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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