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소상공인 손실보상 압박에 정부 “소급 어려워”(종합)

野 “정부·여당 엇박자에 소상공인만 희망고문”
여당도 날세워…“곳간 많아도 국민 죽으면 무의미”
정부 “재난지원금 중복지원·형평성 문제”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소급적용 절실”
  • 등록 2021-05-25 오후 6:46:45

    수정 2021-05-25 오후 6:46:45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여야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손실보상법 제정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부는 소급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접점 찾기에 실패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손실보상 소급적용이 절실하다며 울분을 토했고, 법률전문가들도 거들었지만 정부는 형평성 문제를 꼽으며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에서 이학영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법률가, 손실보상 입법 필요성 강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25일 오후 연 입법청문회에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식당 사장, 스터디 카페 대표, 코인노래연습장 사장 등이 참석해 분통을 터뜨렸다.

곽아름 숨스터디카페 대표는 “국가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 거리두기 단계 발표 주기가 2주에서 3주로 바뀌었을 뿐, ‘이번 주 중대 고비, 다음 주 최대 고비’라는 식의 예측가능한 브리핑과 함께 소상공인 영업장 규제에 방점을 둔 거리두기 방식이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손실보상과 소급적용의 당위성은 보상과 지원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면 자연스레 드러난다”면서 “지원이 국가의 선의, 시혜라면 보상은 국가의 의무이자 채무”라고 주장했다.

노용규 리코스타 코인노래연습장 대표는 “코인노래연습장에 대한 집합금지 및 집합제한은 코로나19 확산 억제라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제한으로 국회는 손실보상 입법의 의무가 있다”면서 “손실보상 소급 입법은 헌법 제23조에서 정한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실천하는 것이다. 정부의 방역수칙을 성실히 수행한 코인노래연습장 업주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고 설명했다.

유미화 곰국시집 대표도 “정부를 믿고 방역에 앞장선 저희를 현 정부에서 책임지지 않으면 누가 책임지겠는가”라며 “소급법 적용만이 저희를 이 재난에서 건져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희들 소상공인 응급환자들의 환부를 명확히 진단해 주시고 이 엄청난 재난에 적극적이고 신속 정확한 조치를 부탁드린다”면서 “소상공인들에게 소급법 적용을 간절히 부탁드린다. 사지로 내몰려 신음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도와 달라. 저희도 이 나라의 국민”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법률가들 역시 손실보상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오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는 “정부의 손실보상 소급입법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020년 2월경부터 정부 대응에 따라 반사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 소상공인의 영업상 손실에 대해 보상입법을 소급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대표변호사도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내용에 따르면 공익 목적으로 이미 형성된 재산권을 전면적 또는 부분적 박탈하거나 제한하면 공공이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 때문에 집합제한 조치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충족된다“고 주장했다.

최재섭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개최한 ‘손실보상법 관련 입법청문회’에 참석해 “코로나19의 피해가 소상공인들에게 집중됐다”면서 “정부를 이를 감안해 민간부분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논의되고 있는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손실보상법으로 입법돼야 하고, 방역을 위한 다중시설 집합제한·금지의 전과정이 보상범위에 포함(소급적용)돼야 한다. 또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재무적 취약성을 고려, 선지급 후정산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철호 청주대 법학과 교수도 손실보상법 제정 입법은 적절한 조치라고 했다. 최철호 교수는 소급적용 절충안도 내놨다. 손실보상법률(안)을 제정하기 이전에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피해지원금으로 하고 법률제정 이후부터 발생할 손실에 대해서는 손실보상으로 구상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국회가 25일 오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개최 ‘손실보상법 관련 입법청문회’를 열었다. 이자리에는 증인으로 조주현 중기벤처부 소상공인정책실장과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 참고인으로 곽아름 숨스터디카페 대표등이 참석했다. 곽아름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기재부, 소급입법 불가 입장 강경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도 소급입법이 불가하다는 정부의 입장은 강경했다. 이날 출석한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들은 모두 중복 지원과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소급적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소상공인 분들에게 현금지원 3차례 14조원을 포함해 금융지원까지 합쳐 45조원의 대책을 추진했다. 소급적용 되면 중복지원 문제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형평성이다. 소상공인과 비소상공인 간 형평성 문제가가 있고, 여행업 등을 포함한 일반업종에 계신 분들과도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조주현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손실보상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보상액과 기지원금과의 관계를 산정하고, 100만개 업체들의 (피해를) 일일이 다 산정하는 게 엄청난 부담”이라고 말했다.

與野, 한목소리로 정부 질타

정부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를 질타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자꾸 (지원이) 중복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중복이라고 하느냐. 기본적으로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이 중복이 아니다”라며 “보상과 지원은 틀리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한무경 의원은 “여당에서 소급적용을 이야기하는데 정부 측에서 꿈쩍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 임기 말이라고 힘겨루기를 하는 건지, 레임덕인지 묻고 싶다”며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를 내는 사이 소상공인들만 희망고문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도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을 10%포인트만 올리면 200조원 여유자금이 생긴다”며 “곳간에 돈이 많이 쌓여 있는데 그 돈은 국민이 낸 세금이다. 가정에서도 적금을 붓고 돈을 모으다 힘든 일이 생기면 적금을 깨서 당장 막을 것을 막는다. 돈을 왜 모으겠느냐”고 했다.

이어 “당장 나라의 곳간이 많아도 국민이 죽어나가면 의미가 없다. 곳간의 주인이 기재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신정훈 의원도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국가의 도움을 받고, 자신의 생업과 생계를 회복할 수 있는 건 법을 따지지 않더라도 국가의 의무”라며 “국가가 자신의 책임인데 대한 문제를 굉장히 소극적으로 본다”고 꼬집었다.

이날 중기부가 제출한 추정손실액 자료와 관련한 질타도 쏟아졌다. 이날 중기부는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손실액을 추정한 결과 68만개 업체에 대해 3조3000억원의 손실이 있었다는 추정액을 내놨다. 여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원한 금액을 합하면 이보다 큰 6조원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청문회장에서는 추정 손실액에 대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질타도 쏟아졌다.

한편 민주당과 국민의힘·정의당·열린민주당·국민의당·시대전환·기본소득당 등 여야 7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손실보상법 촉구 여야 국회의원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당국의 안이한 자세로 인해 아직도 제대로 결론을 못 내고 있다”면서 “국회 산자위 입법청문회는 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손실보상법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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