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시대에 저항해온 40년…난 행복한 사람이었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등 4권 출간
사회 모순 노래로 담아낸 실천적 예술가
"그간의 작업들 총정리…회고록 느낌으로 써"
  • 등록 2019-04-25 오후 3:30:45

    수정 2019-04-25 오후 3:59:48

가수 정태춘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신간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40년간 힘들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같은 꿈, 젊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감을 가지고 함께 활동할 수 있어서 난 행복한 사람이었다.”

1978년 자작곡집 앨범 ‘시인의 마을’로 가요계에 데뷔한 이후 40여년간 부조리한 시대에 맞서 시로, 노래로 저항의 목소리를 내왔다. 서슬 퍼런 유신 체제 아래 모두가 몸을 사릴 때에도 정태춘(65)의 노래는 멈춤이 없었다. 지금은 아내가 된 음악동지 박은옥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1979년이고, 올해는 두 사람의 ‘활동 40주년’이 되는 해다.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신간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정태춘은 “노래 만드는 일도 접었고, 시 쓰는 것도 그만두면서 세상을 향한 이야기를 끊었다고 생각했다”며 “40주년을 맞이해 주변에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제안해와서 ‘내가 가진 의미가 있다면 모두 가져가라’는 마음으로 다시 대중 앞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시대 모순에 대한 울분 노래로

이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4년 발간했던 첫 시집 ‘노독일처’의 복간본을 재출간함과 동시에 15년 만에 새 시집 ‘슬픈 런치’, 노래 에세이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헌정출판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등 4권을 동시에 선보인다. 정태춘은 “말로는 입을 닫았다고 했지만 개인 블로그와 붓글씨로 나름의 소통을 해왔다”며 “시만 해서는 재미가 없을 것 같아 노래와 관련된 에피소드나 당시의 상황, 변해가는 과정 등을 설명하는 산문집도 같이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를 쓰면서는 회고록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이 이번에 나온 책들 중에서는 가장 각별하다. 내 작업 과정들을 총정리하고 마감한다는 무게감이 들어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나 감정은 모두 같은 맥락에서 썼다.”

원로 가수이자 사회 운동가, 싱어송라이터, 시인으로 활동하며 ‘대중음악계의 음유시인’ ‘한국의 밥딜런’ 등의 별칭도 얻었다. ‘떠나가는 배’ ‘촛불’ ‘사랑하는 이에게’ ‘북한강에서’ 등 서정적인 노래로 사랑을 받았다. 한국 사회의 모순과 저항을 온몸으로 담아낸 실천적 예술가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이유에 대해 그는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서두에 이렇게 밝혔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내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가져야 할 시대적인 책무라고 본다. 예술을 한다는 이유로 여기서 면책받을 순 없다. 개인적으로는 시대 모순에 대해서 느끼는 울분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이 그 일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8페이지)

△“이 시대의 ‘리틀 포레스트’”

정태춘의 음악적 삶은 개성적인 포크 가수로 살았던 시기와, 1987년 민주항쟁 이후 현실에 대한 비판적 개입에 적극 나서며 노래운동가로 살았던 시기로 나눠볼 수 있다. 1991년 ‘아, 대한민국’ 등 비합법 음반을 내면서 ‘가요 사전심의 폐지운동’을 전개했고, 전교조 합법화를 위해 ‘전교조 지지 순회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헌정출판’에 참여한 임순례 감독은 “정태춘 선생이야 말로 이 시대의 ‘리틀 포레스트’”라며 “등산로에 길을 알려주는 표지가 있듯이 우리가 어느길로 가야할지 노래와 시로 알려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정 선생의 노랫말은 시대사적인 무게를 감당하면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는다”며 “이번 시집을 통해 연민과 슬픔의 감정, 시간의 흐름 등 더욱더 원숙해진 세계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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