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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 4.3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4.3평화공원 일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현직 대통령의 4.3 행사 참석은 지난 2006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약 12년 만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해 국가적 추념행사로 위상을 높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제주 4.3 사건은 해방 이후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 이후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에 1에 해당하는 3만여명이 희생당한 한국현대사의 최대 비극이다.
文대통령 “죄없는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을 당했다” 4.3 희생자·유족 위로
문 대통령은 4.3 사건이 국가폭력에 의해 발생한 비극적 사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에서 “70년 전 이곳 제주에서 죄 없는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을 당했다”며 “1947년부터 1954년까지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 3만 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이라면서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직도 4.3 진실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다” 文대통령, ‘아픈 역사 직시’ 강조
문 대통령은 4.3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면서 이념을 초월한 화해와 상생을 주문했다. 가장 갈등이 컸던 4.3유족회와 제주경우회가 조건 없는 화해를 선언했던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다만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불행한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만 필요한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이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며 “항구적인 평화와 인권을 향한 4.3의 열망은 결코 잠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추념식에서는 ‘순이삼촌’이라는 소설로 4.3사건을 세상에 알린 소설가 현기영이 추모글을 낭독했다. 또 가수 이효리가 추모시를 낭독했고 가수 이은미는 ‘찔레꽃’을 부르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행사 말미에는 유족으로 구성된 4.3평화합창단이 참석자들과 4.3사건을 상징하는 노래인 ‘잠들지 않는 남도’를 처음으로 합창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추념식 참석 이후 유족들과의 오찬에서 “4.3 완전한 해결의 절반은 정부의 몫이지만 절반은 국회가 할 몫”이라면서 “국회와 함께 열심히 해서 끝까지 잘해 나가겠다. 문재인 정부가 책임 있게 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