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국가폭력 깊이 사과드린다” 4.3 완전 해결 다짐(종합)

3일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참석…진상규명·명예회복 강조
노무현 전 대통령 이어 12년 만에 현직 대통령 참석
“4.3 진상규명·명예회복,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 없을 것”
가수 이효리 추모시 낭독 눈길…‘잠들지 않는 남도’ 합창
  • 등록 2018-04-03 오후 3:59:50

    수정 2018-04-03 오후 3:59:50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오후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에서 열린 4ㆍ3 생존자와 유족 위로 오찬에서 찾아온 4ㆍ3유족회 김을생 할머니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4·3 추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 4.3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4.3평화공원 일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현직 대통령의 4.3 행사 참석은 지난 2006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약 12년 만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해 국가적 추념행사로 위상을 높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제주 4.3 사건은 해방 이후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 이후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에 1에 해당하는 3만여명이 희생당한 한국현대사의 최대 비극이다.

文대통령 “죄없는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을 당했다” 4.3 희생자·유족 위로

문 대통령은 4.3 사건이 국가폭력에 의해 발생한 비극적 사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에서 “70년 전 이곳 제주에서 죄 없는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을 당했다”며 “1947년부터 1954년까지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 3만 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이라면서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4.3 사건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은 물론 김영삼 문민정부 시절만 해도 논의 자체가 금기시됐다. 4.3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노력은 주로 진보정권에서 이뤄졌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4.3진상규명특별법 제정과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공식 사과한 게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4.3의 진실을 기억하고 드러내는 일이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길을 열어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하면서 △유해발굴사업의 지속 △국가 차원의 배상·보상 및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을 언급하며 국회와의 협의를 약속했다.

“아직도 4.3 진실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다” 文대통령, ‘아픈 역사 직시’ 강조

문 대통령은 4.3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면서 이념을 초월한 화해와 상생을 주문했다. 가장 갈등이 컸던 4.3유족회와 제주경우회가 조건 없는 화해를 선언했던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다만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불행한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만 필요한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 사과와 국가 배상을 요구하면서도 우리 내부의 문제에는 또다른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반성이다. 70년이 지난 지금에도 현재진행형인 4.3 사건의 완전한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이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며 “항구적인 평화와 인권을 향한 4.3의 열망은 결코 잠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추념식에서는 ‘순이삼촌’이라는 소설로 4.3사건을 세상에 알린 소설가 현기영이 추모글을 낭독했다. 또 가수 이효리가 추모시를 낭독했고 가수 이은미는 ‘찔레꽃’을 부르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행사 말미에는 유족으로 구성된 4.3평화합창단이 참석자들과 4.3사건을 상징하는 노래인 ‘잠들지 않는 남도’를 처음으로 합창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추념식 참석 이후 유족들과의 오찬에서 “4.3 완전한 해결의 절반은 정부의 몫이지만 절반은 국회가 할 몫”이라면서 “국회와 함께 열심히 해서 끝까지 잘해 나가겠다. 문재인 정부가 책임 있게 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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