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급증 층간소음 범죄…"제도 있어도 예방 한계"

층간소음으로 평소 불만…폭행·살인미수 혐의 잇따라
'갈등해결지원단'·'이웃사이센터' 등 기구 운영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데시벨 측정도 쉽지 않아 '유명무실'
  • 등록 2021-07-08 오후 5:42:22

    수정 2021-07-08 오후 5:51:13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지난해 8월 서울 도봉구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A(70)씨가 층간소음을 일으킨다고 생각한 70대 여성을 폭행했다. A씨는 아파트 공동출입문 근처에서 우연히 피해자를 본 뒤 가슴으로 오른쪽 어깨를 강하게 밀쳐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달 11일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층간소음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작은 갈등에 그치기도 하지만 강력범죄로 발전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정부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소음 측정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이미지 투데이)
“층간소음에 불만”…20대 남성 살인미수 혐의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 신고건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지속 증가하다 올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기준 서울시 콜센터·온라인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112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27%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층간소음 민원이 가장 많았던 자치구는 송파구(228건), 강남구(203건), 노원구(202건)로 나타났다.

층간소음으로 평소 이웃에게 불만을 갖다가 심각한 폭력을 가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에서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불만을 품고 있던 김모(27)씨는 70대 노인을 무차별 폭행했다. 바닥에 쓰러진 피해자의 머리를 발로 찼다. 검찰은 김씨가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했다고 판단,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씨는 “순간 화가 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 중이다.

서울시가 서울주거포털에서 운영하는 층간소음 온라인 상담소 모습.(사진=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지자체, 담당 기구 운영…“현실적으로 소음 측정 쉽지 않아”

코로나19 이후 심각해지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와 정부는 묘안을 찾고 있다. 서울시는 층간소음 전담 갈등해결지원단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서울시 조례에 따라 아파트마다 설치하도록 돼 있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 대상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운영하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민원을 직접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층간소음을 측정하는 것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다.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층간소음은 등가소음도(측정 시간 동안 발생한 평균 소음값)로 결정한다. 직접적인 소음은 1분간 등가소음도가 38~43데시벨, 공기로 전달되는 소음은 5분간 40~45데시벨 정도 돼야 한다. 소음이 언제 발생할 지 모르고 지속적으로 나올 지도 알 수 없어 측정 자체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음 민원을 112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구청에 소음 측정을 요청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고 소음이 발생하는 순간을 포착해야 해서 층간소음을 판별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층간소음 전담 기구가 마련된 지자체가 많지 않다”며 “층간소음이 더 큰 범죄로 나아가는 걸 막기 위해 현장상담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실제 범죄를 예견하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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