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일본+독일식 전주비빔밥..인피니티 소형 SUV QX30

  • 등록 2019-03-11 오후 4:28:00

    수정 2019-03-11 오후 4:28:0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김태진 기자= 인피니티코리아가 최근 출시한 QX30은 아직까지 블루오션인 소형 SUV 시장에서 주옥 같은 존재다.

놀랍게도 QX30의 차체와 파워트레인은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가 공급한다. 벤츠와 인피니티가 서로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휴한 작품이다. QX30의 이란성 쌍둥이인 벤츠 모델은 GLA 250 4매틱이다. 인피니티 입장에서는 주요 부품을 벤츠에서 사다 보니 원가가 높아져 재미(?)를 못 봤지만 글로벌 제휴라는 학습 효과와 벤츠 파워트레인을 경험한 노하우를 얻었다.

두 회사의 제휴 토대는 이렇다.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시장)’을 설파하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토대를 만들었다. 그는 국가 부강 방법론을 담은 저서 ‘국부론’ 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우리의 저녁 식사를 풍요롭게 하는 건 푸줏간 주인, 양조장 사장, 빵집 베이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생각 덕분이다.” 돈을 벌기 위해 상품을 개선하면서 때로는 협력도 마지 않는 ‘인간의 이기심’에 주목한 그의 통찰이 놀라울 정도다.

아담 스미스의 분석대로 두 회사(인피니티와 벤츠)는 돈을 벌기 위한 이기심을 근간으로 ‘제휴’라는 미명 아래 QX30이라는 맛난 음식을 만든 것이다. 그런 점에서 QX30은 일본과 독일의 기술로 버무린 ‘전주식 비빔밥’이라고 볼 수 있다.

QX30은 고성능 소형 해치백 인피니티 Q30의 SUV 버전이다. Q30보다 차체 바닥을 30mm 높이고 네 바퀴 모두를 굴리게 했다. 디자인도 차별화했다. Q30은 크로스오버 해치백으로, QX30은 험로를 마다 않는 오프로더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외관 디자인은 눈길을 끄는 인피니티 콘셉트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차체 위로 세단처럼 눕혀진 앞 유리와 쿠페를 연상케 하는 루프라인, 근육질의 사이드 라인이 그렇다. 안정적이면서도 다이내믹한 속도감이 느껴진다. 길이 4425mm, 너비 1815mm, 전고1515 mm로 소형 SUV에 딱 맞는 규격이다. 다부진 체격의 플라이급 권투 선수라고 할까.

여기에 앞뒤 범퍼에 추가한 금속 느낌의 스키드 플레이트는 SUV임을 뽐내는 랜드마크다. 차체 하단과 휠하우스의 검정 테두리 플라스틱도 험로주행에서 생길 손상을 줄이기 위한 SUV 표식이다. 비포장도로 주파능력 뿐 아니라 당당한 외모를 뽐낸다. 알루미늄 루프 레일과 더불어 SUV다운 스타일을 모두 담고 있다. 신발 사이즈는 18인치다. 소형 SUV라 그런지 18인치가 작아 보이지 않는다.

실내는 럭셔리 브랜드 값어치를 제대로 한다. A필러와 천장을 덮은 알칸타라 스웨이드가 대표적이다. 부드러운 촉감 뿐 아니라 시각적 만족도도 훌륭하다.

각종 버튼과 조절 장치는 일부 벤츠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것도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인피니티 특유의 개성이 드러난다. 대시보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부분에 가죽을 사용해 질감과 독특한 곡면 두 가지를 살려냈다. 실내 구성은 QX30이 원작품 GLA 250 4매틱 보다 더 좋아 보인다. 잘 버무린 비빕밤이 주는 맛의 궁합이라는 게 그런 거다.

운전석에 앉으면 영락없는 SUV다. 좌석은 높고, 거기에 지상고까지 높아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시트는 SUV 답게 헤드레스트와 등받이가 분리돼 편안하다.

QX30의 파워트레인은 벤츠 GLA 250과 동일하다. 벤츠제 2.0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은 211마력에 35.7kgm의 시원한 토크를 발휘한다. 작은 차체를 움직이는데 넉넉한 힘이다.

버튼 시동키를 누르면 오디오로 박력 있는 엔진과 배기음을 만들어 내는 ‘액티브 사운드 크리에이터’가 작동한다. 부릉부릉 소리가 도발적이다. 기분 좋은 터보음이 귓가를 자극한다.

주행 질감은 매끄러우면서도 상쾌하다. 최고마력보다 1200~4000rpm까지 고르게 쏟아져 나오는 35.7kg·m의 풍성한 토크가 뒷받침한다. 정차 중에는 조용하지만 엑셀 위에 발을 살짝 올려 놓으면 주행 모드에 따라 엔진 소리가 조금씩 달라진다. 스톱 앤 스타트 기능은 만족스럽다. 정차할 때마다 잘 꺼질뿐 아니라 재시동이 매우 부드럽다.

기어 레버 옆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 세 가지 주행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에코 모드에서도 가속감은 답답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스포츠 모드는 엔진회전수를 높이면서 변속을 억제해 가속의 재미를 더한다.

벤츠제 7단 DCT변속기는 변속 충격을 최소화해 듀얼클러치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시속 100km내외로 주행하면 엔진회전수를 1500rpm부근에 묶어 연비를 좋게 한다.

인텔리전트 AWD 시스템은 믿음직스러운 친구 역할을 한다. 전륜구동 기반이라 평소엔 앞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하다가 가속하는 정도나 접지력에 변화가 생기면 뒷바퀴로 힘을 50%까지 나눠 보낸다.

스티어링 감각은 상당히 묵직하다. 고속에서 안정감이 느껴지는 세팅이다. 대신 주차를 할 때는 어느 정도 힘을 써서 돌려줘야 한다. 묵직한 스티어링휠과 단단한 섀시는 시속 140km 이상 고속에서 믿음직스럽다.

걱정했던 연비는 납득 가능한 범위다. 시내 주행에서 9 km/L 정도 나온다. 고속도로에서는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데 문제가 없다. 공인연비는 10.4 km/L다.

승차감은 단단하면서도 담백하다. 잘 정돈된 섀시와 서스펜션이 노면을 꽉 물고 늘어진다. 소형 SUV 다운 날렵한 몸놀림을 제대로 제어한다.

뒷좌석은 성인이 여유롭게 앉기에는 비좁다. 장거리 탑승만 아니라면 견딜만한 공간이다. 소형SUV 구매층은 사실상 앞좌석 전용이라고 봐야 한다. 6대 4 비율로 나누어 접을 수 있는 2열 시트는 경우에 따라 적재공간으로 활용하는 게 더 적합하다. 분할 시트 한 쪽을 접고 세 사람이 여행한다면 최고의 공간을 뽑아낼 수 있다. 아울러 짐 가방도 넉넉하게 실을 수 있다. 오디오는 보스 프리미엄 시스템이다. 중후한 저음을 잘 살려낸다.

아쉬운 점도 엿보인다. 우선 센터페시아에 달린 7인치 모니터는 너무 작다. 구형 유물을 보는 것 같다. 아울러 2열 열선시트 부재는 참을 만 한데 스티어링휠 열선 부재는 섭섭하다.

안전장비는 ‘럭셔리 브랜드다움’을 보여준다. 전방 충돌 경고와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전후방 주차 센서가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들어간다. 상위 트림에는 인텔리전트 크루즈컨트롤, 이동 물체 감지 기능이 포함된 어라운드 뷰 모니터와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자동 주차 기능인 인텔리전트 파크 어시스트가 추가된다.

소형 SUV는 요즘 가장 핫한 세그먼트 중에 하나다. 해외에서는 일반 브랜드는 물론이고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속속 다양한 모델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는 덩치 큰 SUV를 좋아하는 추세라 모델 수도 적고 판매도 그다지 좋지 않다. 그나마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로는 지난해 나온 볼보 XC40이 관심을 받고 있을 정도다.

중대형 SUV는 주차나 탑승 때 불편함을 종종 느낄 수 있다. 이런 게 거추장스럽고 2,3인 소가족이라면 인피니티 QX30은 더할 나위 없는 대안이다. 더구나 가격대도 4000만원대에 묶어 가성비도 잡아냈다. QX30의 이란성 쌍둥이인 벤츠 GLA 250 4매틱 가격은 무려 5350만원이나 한다. QX30 최고 트림보다 무려 540만 원이나 비싸다. 요즘 너무 흔한 벤츠 삼각별 엠블럼보다 인피니티의 하차감이 나의 개성을 더 돋보이게 하지 않을까.

한 줄 평

장점: 흔하지 않은 개성파 디자인과 하차감, 매력 배기음의 벤츠 파워트레인

단점: 한 세대 이전을 보는 듯한 센터페시아 모니터, 차선유지장치 부재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태연, '깜찍' 좀비
  • ‘아파트’ 로제 귀국
  • "여자가 만만해?" 무슨 일
  • 여신의 등장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