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폭스바겐 전철 밟나…끊이지 않는 ‘디젤 게이트’

믿었던 벤츠마저 100만대 조작 의혹
폭스바겐 사태 이후 FCA·르노·PSA·GM 등 수사 진행중
  • 등록 2017-07-13 오후 3:54:40

    수정 2017-07-13 오후 6:48:31

메르세데스-벤츠 CI.
메르세데스-벤츠 판매 제품군.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가 일어난 지 1년 10개월 만에 세계 1위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도 배출가스 장치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문제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이후 이러한 의문이 업계 전반적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벤츠에 앞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르노, PSA그룹(푸조시트로엥), 제너럴모터스(GM)까지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받으면서 디젤차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벤츠 독일·미국서 소송 진행중

벤츠가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벤츠의 모회사인 독일 다임러는 지난해 4월 미국 법무부에 의해 미국 내에서 디젤차 배출가스 인증 절차를 조사받았다. 이는 당시 소비자 소송에 따른 것으로 벤츠 디젤차 소유자들은 차량에 배출가스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조작장치가 탑재됐을 수 있다면서 집단소송을 냈다.

지난해 2월 미국 소비자들은 벤츠의 디젤 차량이 기온이 50℉(10℃) 밑으로 내려가면 불법적으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꺼지게 설계됐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다임러는 소비자 소송에 대해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에서 소비자 소송에 진척이 없던 와중에 올해는 독일 당국이 나섰다. 독일 검찰과 경찰은 지난 5월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다임러의 11개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에도 다임러 측은 “디젤 승용차 광고에서 배출가스 후처리장치에 대한 과장 및 조작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라며 실제 배출가스 조작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또 과장광고도 의혹 제기 단계일 뿐 법규를 위반한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제2의 폭스바겐’ 후보들 ‘나 떨고있니’

이날 독일 현지 보도에 의해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 벤츠 이외에도 르노, PSA그룹, 피아트크라이슬러 등이 모두 비슷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디젤차 기술 신뢰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GM은 앞서 지난 5월 듀라맥스 디젤엔진을 장착한 ‘쉐보레 실버라도’, ‘GMC 시에라’ 픽업 70만5000대의 소유주로부터 GM이 2011∼2016년 중형트럭 모델 2종에 배출가스 조작장치를 설치했다며 집단소송을 당했다. 이들은 190페이지짜리 고소장 중 83곳에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조작 사태를 참조문헌으로 삼으면서 이들 트럭으로 인한 환경훼손 정도는 폭스바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FCA의 경우 운전자들이 배출가스조작을 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한 뒤 미국 검찰과 규제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급기야 미국 법무부는 지난 5월 FC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밖에도 푸조를 필두로 한 PSA그룹과 르노는 프랑스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수입차 1위 벤츠코리아도 ‘긴장모드’

유럽발 배출가스 조작 의혹 소식에 국내 수입차 1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벤츠코리아는 올 상반기 총 3만7723대 차량을 판매하며 전년 동기에 비해 54% 급성장했다. 신차 E클래스의 흥행에다 배출가스 조작사태로 판매정지 처분을 받은 폭스바겐과 아우디코리아의 판매량을 상당부분 가져온 결과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작 확정 판결이 나올 경우 벤츠코리아 역시 수백억원대 과징금과 함께 최악의 경우 판매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벤츠코리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태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작혐의가 엔진 중심으로 이뤄져 구체적인 차종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사건의 정황을 정확히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혐의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며 “독일 본사에서도 특별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 없다. 국내에서도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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