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PC 집에 뒀단 조국, 교내 각종 보안 지침 정면 위반

청문회서 "프로그램·자료 있어 집서 PC 사용"
'서울대 보안 지침'엔 'PC 반출 땐 하드 포맷'
'소프트웨어 지침'도 교외 사용 금지 명문화
모두 PC 반출한 2007년 이전부터 적용 조항
野 "PC 반출 사용 누가봐도 부적절, 조승자박"
  • 등록 2019-09-09 오후 5:24:35

    수정 2019-09-09 오후 5:24:35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오른쪽)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서울대에서 지급한 연구실 개인용컴퓨터(PC)를 집으로 가져와 사용한 것이 교내 각종 보안 지침에 정면으로 위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 장관이 딸의 고교 시절 부적절한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해당 논문은 대한병리학회가 직권 취소) 논란에 대한 자신의 연관성을 부인하다가 결국 자승자박(自繩自縛)에 빠진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9일 이데일리가 서울대 정보화본부의 ‘서울대 정보보안 기본지침’ 등의 자료를 입수해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결과 학내 PC는 자료가 보존된 채로 외부에 반출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는 학내 구성원들에게만 사용하도록 하는 각종 ‘캠퍼스 라이선스 소프트웨어’의 교외 사용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용컴퓨터(PC) 등 정보시스템 저장매체의 교외 반출 시 자료 삭제를 명문화한 규정이 있는 ‘서울대 정보시스템 저장매체 불용처리 지침’. 해당 조항은 2006년 3월 15일부터 적용돼 시행 중이다. (자료=서울대)
서울대 ‘PC 외부 반출, 자료 완전 삭제해야’

조 장관은 지난 6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학교에서) 지급하는 PC가 있는데 몇 년에 한 번씩 (새로운 PC로) 업그레이드를 해주면 남아 있는 PC를 집에 가서 쓴 건 사실”이라며 “여러 프로그램과 자료가 다 그대로 있기 때문에 쓰다가 적정한 시점이 되면 반납했다”고 주장했다.

조 장관의 발언은 자신의 딸이 한영외고 1학년이던 2007년 제1저자로 등재된 의학논문의 책임저자인 장영표 단국대 교수에게 보낸 논문 초고 파일 작성자명·속성이 각각 ‘조국’·‘서울대 법과대학’이라고 저장된 데 대한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조 장관은 야권이 해당 파일이 서울대 연구실에서 작성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집에 있는 PC다. (연구실) PC가 중고가 되면 집에서 쓰고 있다”며 “서울대에서 워드프로그램 등을 제공받았고 PC를 아들이나 딸 누가 쓰든 이런 형태의 모양이 나온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서울대 정보시스템 저장매체 불용처리 지침은 ‘정보시스템 저장자료의 고장 수리를 위한 외부 반출 등 당해 기관이 정보시스템 저장매체를 보안 통제할 수 없는 환경으로 이동이 필요한 경우’를 예시로 하드디스크는 ‘완전 포맷 1회 수행’을 규정하고 있다. 서울대 정보화본부도 ‘서버, PC 등 정보시스템을 폐기·양여·교체·반납하거나 기관 외부로 반출할 경우 정보유출을 예방하기 위해 저장장치에 보관된 자료를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완전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캠퍼스 라이선스 소프트웨어’ 등을 교외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한 ‘서울대 소프트웨어 관리지침’. 해당 지침은 지난 2007년 2월 제정된 뒤 두번의 개정을 거쳐 시행 중이다. (자료=서울대)
“쓰다가 반납한 PC많다”…수차례 반출 추정

서울대 소프트웨어 관리지침 제8조(학내 구성원의 의무) 역시 ‘학내 구성원은 학내에서 적법한 소프트웨어만을 설치해 사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대 정보화본부는 캠퍼스 라이선스 소프트웨어의 순수 교육 및 연구목적 이외 사용도 금지하고 있다.

해당 소프트웨어에는 조 장관 딸이 집에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워드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특히 교외 반출 PC의 자료삭제와 소프트웨어의 교외 사용 불허를 명문화한 두 지침 조항은 모두 조 장관 딸의 파일이 생성되기 이전인 2006년과 2007년 2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규정이다.

조 장관의 이런 PC 반출 행태는 단순히 일회성에 그친 것이 아니라 수차례 반복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 장관은 청문회에서 “그걸 쓰다가 적정 시점이 되고 해서 반납한 PC도 많다”며 “그 기간 제가 쓴 건 사실이고 불찰이라면 죄송하다”고 했다.

야권은 조 장관이 스스로 학내 규정을 위반하는 등 도덕적 해이 행태를 자백한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교내에서 지급한 PC 반출과 사용은 누가 봐도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며 “조 장관의 변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조승자박(조국과 자승자박의 합성어)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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