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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번영, 주어진 조건 아닌 ‘제도’가 결정
14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들 3명의 교수에게 ‘제도가 어떻게 형성되고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올해의 수상자들은 국가 간 번영에 큰 차이가 있는 이유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 가지 중요한 설명은 사회 제도의 지속적인 차이”라며 “아세모글루, 존슨, 로빈슨은 유럽 식민지 개척자들이 도입한 다양한 정치 및 경제 시스템을 조사해 제도와 번영 사이의 관계를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도의 차이가 지속되는 이유와 제도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도구를 개발했다”면서 “그들은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지에 대한 설명을 제공했다”고 의의를 평가했다.
수상자들은 국가의 번영의 차이가 원래부터 주어진 지리적·인종적 조건이 아닌 제도에 의해 판가름난다는 점은 식민지배 당시 잘 살았던 나라들이 현재 가장 못 사는 나라 중 하나로 전락한 점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 국가의 빈부를 결정하는 데는 경제제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어떤 경제제도를 갖게 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정치제도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정치 및 경제 제도의 상호작용이 결국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수상자들은 또 일부 사회가 왜 착취적 제도의 함정에 갇히게 되는지, 그리고 이 함정에서 벗어나기가 왜 어려운지를 설명하는 혁신적인 이론적 틀을 개발했다고 노벨위원회는 평가했다.
수상자 중 아세모글루 교수는 번영과 빈곤의 역사적 기원, 새로운 기술이 경제 성장과 사회 양상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해온 경제학자로, 예비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한 적이 있다. 국내에서도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의 저자로 유명하다. 이 책은 이번에 같이 노벨상을 수상한 제임스 A. 로빈슨 교수와 함께 쓴 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과 함께 젊은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3권의 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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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은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제정된 다른 5개 부문에 더해 1969년부터 수여돼 온 상이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기념해 1968년 노벨재단에 기부한 출연 재산을 기반으로 제정됐다.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경제학 분야의 스웨덴 중앙은행상’이다.
노벨 경제학상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꼬리표도 붙어 있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거장인 밀턴 프리드먼은 1976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1969년 이후 17년 동안 수상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남자 △미국인 △시카고대학 출신을 노벨상 수상에 유리한 조건으로 꼽은 바 있다. 이는 이후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노벨 경제학상은 미국 내 엘리트 대학의 소규모 네트워크와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그룹에서 교육받은 학자들로 구성된 ‘인사이더 클럽’으로 변모했다”며 “관련 연구에 따르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특정 기관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 스탠포드대,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시카고대와 같은 곳 출신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에도 애쓰모글루 교수가 튀르키예 출신이긴 하지만 MIT에 몸을 담고 있지만, 존슨 교수와 로빈슨 교수는 미국인 남성이면서 MIT와 시카고대에 속해 있다.
여성 학자에게는 문턱이 더 높다. 지난해까지 수상자 93명 가운데 엘리너 오스트롬(2009년), 에스테르 뒤플로(2019년·공동 수상), 클라우디아 골딘(2023년) 등 단 3명만이 여성이었다. 수상자의 평균 연령도 가장 높다. 2019년 수상 당시 46세였던 뒤플로 교수가 최연소 수상 기록을 갖고 있다.
한편, 경제학상 발표로 올해의 노벨상 시즌이 마무리됐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증서와 금으로 만든 메달, 1100만크로나(약 14억4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