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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이른바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지난 1년여 간 거래 지원이 종료된 암호화폐가 12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8개 가량의 코인이 거래소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거래되는 코인의 종류도 크게 늘면서 암호화폐가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으나, 잦은 상장폐지 속 투자자 보호 등 과제도 남아있다. 거래지원 종료는 주식 시장으로 치면 상장 폐지와 같은 개념이다.
상장·거래지원 종료 코인 업비트가 가장 많아…최저는 코빗
30일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개 거래소에서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거래 지원이 종료되거나 종료될 예정인 암호화폐 수는 총 124개로 나타났다.
네 개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코인 수는 558개까지 늘어났다. 업비트가 184개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코인원(182개), 빗썸(161개), 코빗(31개) 순이었다. 업비트에 상장된 코인 수는 코빗과 비교하면 거의 6배 수준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코인이 상장되고 거래가 종료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거래소들 투자 피해 줄이려 노력…상장 과정서 정보 등 감독 장치 부족 지적도
잇따르는 코인 상장 폐지는 거래소들이 시장 건전성을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각 거래소들은 정책에 따라 투자유의 종목을 지정한 뒤 일정기간 유예기간을 거쳐 거래지원 종료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유동성이 낮아 시세조작에 노출될 위험이 있거나 프로젝트 사업 진행이 미진한 경우 등이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되는 주된 이유다. 업비트 관계자는 “상장과 상장 폐지는 공개해놓은 기준에 따라 결정하고 있다”며 “투자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일단 코인의 종류가 워낙 많고, 글로벌하게 발행되기 때문에 상장 폐지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코인 발행 측의 프로젝트 기술력, 사업 확장성, 건실성 등에 대해 객관적 평가가 부실한 것도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투자자 보호나 정보의 공신력을 보장할 마땅한 장치가 없는 만큼 투자자 스스로 암호화폐와 해당 프로젝트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공부를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4대 거래소 관계자는 “규제가 없는 상황을 틈타 대형 거래소들조차 상장 기준이 느슨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정부의 개입이 아니더라도 거래소들이 시장 건전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투자자 대상 암호화폐 관련 교육 등을 제공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