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형님 차례"…소형주에서 대형주로 대세 '바통터치'

외국인 선물 매수로 금융투자 현물 매수 발판 마련
환율 진정세에 외국인 현물 시장 유입 가능성도↑
증권가 "기관·외국인 대형주 위주 매수 나설 것"
  • 등록 2020-06-08 오후 4:12:29

    수정 2020-06-08 오후 4:12:29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반등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대형주가 슬슬 기지개를 켜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사들이는 수급주체가 돌아올 조짐을 보이면서 대형주의 주가를 올리는 모양새다.

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6월 이후 코스피 대형주는 8.0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중형주는 5.99%, 코스피 소형주는 4.36% 올랐으니 상승세가 더 가파른 것이다. 대형주는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 1~100위 종목을 뜻하고, 중형주는 101~300위, 301위 이하는 소형주로 분류된다.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만 봐도 6월 이후 각각 7.62%, 5.51% 오르면서 덩치 큰 코스피 지수가 상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반등장에서는 반대로 덩치 큰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종목들에 비해 더딘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코스피 지수가 연중 최저점을 찍은 3월 19일 이후(종가기준) 5월 말까지 대형주가 36.18% 오를 동안 소형주는 59.8%씩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 역시 39.2% 오르는 데 그쳤지만, 코스닥 지수는 66.6%나 뛰었다. 대형주는 코로나19로 인해 즉각적으로 수출 타격을 받으며 주가가 쉬이 오르지 못했지만, 소형주나 코스닥종목의 경우 수출 타격을 덜 받아서다.

여기에 오히려 진단키트, 언택트 관련 수혜를 입으면서 개인투자자가 몰려들며 주가가 크게 뛰어오르기도 했다. 그동안 외국인·기관 수급 공백을 개인이 채웠는데, 이 개인들이 비교적 덩치가 작은 종목에만 몰리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현·선물을 모두 매도하기 바빴던 외국인이 선물 매수에 나서면서 베이시스(현·선물 가격차)가 플러스로 돌아섰고, 그동안 낮은 베이시스 탓에 선물을 팔지 못하던 금융투자가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들이는 거래에 나선 탓이다. 금융투자는 현물 매입 시 코스피 200을 바구니째로 사들이는 프로그램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외국인의 귀환도 점쳐지면서 대형주 독주체제가 이어질 수 있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1250원대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초반대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식형 펀드로 지난달 28일부터 6월 3일까지 1억 8000만달러 유입됐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간 미진한 움직임을 보여왔던 외국인 매수세도 달러 약세와 함께 재개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그들의 매도 공세가 깊었던 대형 IT와 함께 경기민감주에 긍정적이며, 사이즈 측면에서는 그간 강세를 보여왔던 중소형주보다 외국인 수급 민감도가 높은 대형주가 탄력적인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중·소형주가 급등에 따른 피로감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형주의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머징 국가 통화 변동성의 안정, 다른 지역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 부담감으로 외국인의 유입 가능성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코스닥 시장의 신용융자 잔고율 3% 이상인 종목이 47%를 넘어서는 등 코스닥 단기 과열 가능성을 고려할 때, 대형주 중심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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