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랠리를 이어가는 와중에 고점 부담을 느낀 단기 부동자금이 다시 불어나고 있다. 불과 사흘 만에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유입되고 있고 증시 진입을 기다리는 투자자예탁금은 대거 줄었다. 게다가 주식형펀드에서는 환매폭을 늘리며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에 나섰다.
17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MMF 설정액은 116조1923억원으로, 하루만에 6조3420억원이 유입됐다. 앞선 11일과 12일에는 각각 2조1660억원, 1조3568억원 자금이 들어오면서 사흘만에 10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추석 연휴 이후 코스피지수가 급등하자 연일 감소세를 보이던 MMF로 자금이 빠르게 흘러 들어오는 모습이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이 선반영되면서 연휴 이후 코스피지수는 3% 이상 올랐다”며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대기성 자금이 늘어나면서 숨고르기 국면에 돌입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오는 20일까지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18일에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당대회)까지 앞두고 있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 등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시장참여자들은 관망하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 12일 2조원 넘게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투자자예탁금은 하루만에 1조6551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이탈하면서 다시 24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또 지난주 1조7000억원 넘게 사들였던 외국인투자자들은 팔자로 돌아섰고 국내 주식형펀드 투자자들도 이틀째 1000억원 이상의 환매물량을 내놨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나마 미국발(發) 훈풍에 삼성전자 등 일부 대형주가 오르며 코스피가 강보합권에 머물러 있지만 업종간 순환매가 펼쳐지고 외국인들은 코스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코스피지수 변동성을 확대시킬 변수가 산적한 만큼 관망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애플과 알파벳 등 다음주에 있을 미국 상장사들의 실적 발표가 있기 전까지 눈치보기 장세는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서 연구원은 “미국 IT주들의 실적 발표 전까지는 지수를 이끌 만한 이슈가 없다”며 “가장 핵심은 미국 세제개편안 통과다. 골드만삭스가 평했듯 세제개편안 통과로 미국 기업 고평가 논란이 해소돼야 한국 증시도 동반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