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저 멀리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도 ‘글로벌 AI 허브’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MENA 지역 국가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관련 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어서다. 아랍어 기반 거대언어모델(LLM) 개발부터 휴머노이드 개발, 데이터 센터 구축까지 AI 관련 산업 곳곳에 오일머니가 투입될 예정이라 자본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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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너는 “이 지역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세계적인 AI 혁신 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 이미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숙련된 인재를 자국에 유치시키기 위해 특히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AI와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할수록 데이터 저장과 처리 용량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에 대한 투자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쟁국 사우디는 국가 데이터·AI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200억달러(약 29조 354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자금을 투입해 2만명 이상의 AI 전문가를 양성하고, 3만개 이상의 AI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한다. 국부펀드 PIF를 통해서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와 AI에 투자하는 400억달러(약 48조 708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카타르 역시 탈석유 경제 기조로 돌아섬에 따라 AI 역량 강화를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카타르는 국가 비전 2030을 발표하며 핵심 과제로 AI를 꼽았다. 이에 지난해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24억달러(약 3조 5225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AI 전문가 유치, 데이터 센터 관리 역량 강화 등을 통해 UAE나 사우디처럼 글로벌 기업을 자국에 유치하는 걸 목표로 한다.
국내 AI 기업과의 공조도 눈길을 끈다. 특히 사우디가 적극이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9월 네이버와 손잡고 디지털 트윈 플랫폼과 아랍어 LLM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네이버는 중동 지역 진출을 위해 사우디에 중동 지역 총괄 법인인 네이버 아라비아(가칭)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AI 반도체 유니콘 리벨리온은 지난해 7월 사우디 아람코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와에드 벤처스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업계는 2030년까지 MENA 지역에서 AI 분야에만 3200억달러(약 469조 664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AI는 MENA 지역에서 주시해야 할 급부상할 분야 중 하나”라며 “게다가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 단위로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기업과 손을 잡고 ‘작정하고 키우는’ 분야인 만큼 몇 년간 투자금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