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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국방부의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 정화작업과 관련해 일본 조병창(무기 제조·보급 시설) 건물 철거에 대해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정화작업을 위해 일부 건물의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문화재청은 역사적 가치 보존을 위해 존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건물 철거 두고 ‘국방부 Vs 문화재청’ 이견
11일 인천시,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9년부터 미군이 소유한 캠프마켓 부지를 부분적으로 반환받고 토양환경오염 정화작업을 하고 있다.
44만㎡ 규모의 캠프마켓에서 A·B구역(각각 11만㎡·10만㎡)은 토양오염 조사를 거쳐 2019년 12월 국방부에 반환됐다. A구역은 국방부가 2019년 6월부터 정화작업을 시작했고 전체 시설물 23개 중 6개 시설의 존치를 결정했다.
6개 시설은 조병창 건물(1개 동)과 탄약고, 견사, 초소 등이다. 해당 시설은 정화작업에 방해되지 않고 문화재청이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존치권고를 한 곳이다.
문제가 된 것은 B구역의 조병창 병원 건물이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역사적 가치 때문에 병원 건물 등 B구역 일부 시설의 보존을 인천시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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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문화재청은 이달 초 병원 건물을 1차례 더 살펴본 뒤 역사적 가치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위해 철거 유예를 국방부와 인천시에 요구했다.
철거에 대한 일부 시민의 비판이 일자 인천시는 철거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건물 존치가 원칙이지만 정화작업에 문제가 된다면 철거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참여위 재논의 결과를 반영하고 안전하게 작업하면서 존치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인천시와의 협의과정에서 병원 건물을 철거한 뒤 정화하는 방안과 존치하면서 정화하는 방안을 설명했다”며 “2개 방안의 정화방식, 비용, 기간을 알려줬고 인천시가 최종 의견을 정리하면 그에 맞춰 정화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도 찬반 갈려…학계 “전수조사 먼저”
학계에서는 조병창의 역사적 가치를 조사하기 위해 건물, 땅굴 등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상의(한국근현대사 전공) 인천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일본이 1941년 개창한 부평 조병창은 330만㎡ 이상의 규모였고 1공장군, 2공장군, 3공장군으로 운영됐다”며 “미군은 1970년대부터 이곳 일부를 캠프마켓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캠프마켓에는 조병창 건물·땅굴이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며 “일제침탈, 병참기지의 상징인 조병창을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철거를 결정한 것은 문제이다. 당국은 이곳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도 정확히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평 조병창은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 무기제조법을 빼내 독립운동에 기여한 역사적 공간”이라며 “캠프마켓 전체 지상·지하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 뒤 보존이나 철거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캠프마켓에는 여러 개의 조병창 땅굴(무기 검사소·보관소 등)이 있지만 국방부는 해당 지역의 조사 없이 굴착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미군에서 캠프마켓 지하매설물 지도를 제공하지 않아 지하는 조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캠프마켓 B구역은 조병창 병원 건물 외에 40개 시설물이 있고 이 중 2개 건물의 존치를 결정했다. 38개 시설은 철거를 유보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D구역(23만㎡)은 토양오염 조사가 끝나야 국방부로 반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