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올해 시력(詩歷) 30년을 맞은 최영미 시인이 7번째 시집 ‘공항철도’를 발표했다. 사적이면서도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언어, 삶의 핵심을 건드리는 시 등 94편을 엮은 시집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1인 출판사 이미출판사를 통해 오는 12일 출간 예정이다.
| 최영미 시인(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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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시인은 4일 온라인으로 연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시집은 자유롭게 나온 것으로, 나는 의식적으로 뭘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의식적으로 쓴 것은 예이츠의 ‘정치’를 패러디해 쓴 시를 포함해 서너 편 정도고, 나머지는 내 속에서 나오는 언어를 받아쓰는 식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시집은 정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담은 시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예이츠의 시 ‘정치’(Politics)를 패러디한 동명 시는 물론, 부동산 문제를 다룬 ‘Truth’라는 제목의 영시 등이 그렇다.
최 시인은 ‘Truth’에 대해 “아파트값이 오를 때인데, 이게 좀 심하다 싶어서 써봤다”며 “갖지 못했다고 위축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또한 “영어로 쓴 첫 번째 시는 아니다”라며 “예전에도 ‘Korean Air’(대한항공)라는 영시를 쓴 적 있다”고 부연했다.
표제작인 ‘공항철도’는 조선 학자이자 문인이었던 김시습의 어록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최 시인은 “열차에 타서 눈을 감고 좋아하는 시나 마음에 드는 구절을 외우는 게 제 취미 중 하나인데, 김시습의 문구를 외우다가 보니 내가 역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는 걸 알았다”며 “그래서 이게 시가 되겠다 해서 메모를 했다. 우연히 얻어진 시다”라고 설명했다.
최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정치적 메시지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일을 이루고자 열심히 애쓴다고 이뤄지지 않는다”며 “순리를 따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최 시인은 지난 2월 임명된 황희 문화체육광광부 장관을 공개 비판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최 시인은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통장이 여러 개 있다고 나오고 지출액 얼마라고 나오는데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체부 장관이라면 문화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사람 이력을 보니 홍보 전문가라서 이 정권에 실망했다”며 “그래서 페이스북에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