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꿀벌·물고기 등 군집행동 비밀 뇌과학으로 파헤친다

KIST·ETRI 연구팀, 동물 뇌 눈으로 분석 시스템 개발
  • 등록 2021-01-14 오후 4:26:15

    수정 2021-01-14 오후 4:26:15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집단으로 뭉칠 때 힘을 발휘하는 개미, 꿀벌, 새, 물고기 등 동물들의 집단지능의 비밀을 국내 연구진이 뇌과학 시스템으로 파헤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최지현 뇌과학연구소 박사 연구팀이 이성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형센서연구실 박사팀과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들의 뇌를 눈으로 보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생쥐의 편도체 뇌파를 LED 빛으로 표시했다.(자료=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팀은 뇌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빛의 반짝임으로 나타내는 프로세서와 LED가 집적화된 실시간 무선 뇌파 측정, 분석시스템인 CBRAIN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시스템은 반딧불이 무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반짝거리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뇌 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반딧불이처럼 LED 불빛을 반짝이게 하고, 뇌 활동을 생중계해 동물들의 감정과 생각을 눈으로 보게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으로 생쥐 무리가 자기 몸집보다 큰 거미 모양 로봇에 대항하는 모습에서 위협 상황에서 발현되는 집단 행동을 연구했다. 공포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한 부분인 기저측편도체(Basolateral amygdala)에서 발생하는 경계신호를 찾아 이 신호에 빛을 깜빡이도록 한 후 거미 로봇의 공격에 혼자 대항할 때와 동료들과 함께 대항할 때의 차이를 딥러닝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이 거미 로봇을 우리에 넣자 쥐들에게 부착된 CBRAIN 시스템의 LED가 동시다발적으로 점등됐다. 8마리의 쥐가 무리 지으면 1마리만 있을 때보다 경계신호의 발생 빈도가 감소했다.

무리 바깥쪽의 생쥐들에게는 강한 경계신호가 나타나지만, 무리 안쪽 생쥐에게는 평온한 때와 차이가 없는 경계신호가 나타났다. 동료와 같이 있으면 경계신호가 줄고 긴장이 누그러지는데 연구팀은 이를 집단 전체의 효율적 방어를 위한 역할 분담으로 해석했다.

최지현 책임연구원은 “CBRAIN 시스템은 뇌신호를 빛의 반짝임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CBRAIN을 인간의 사회적 뇌 연구에도 적용해 사회성 연구나 관련 뇌 질환 치료에 활용하고, 난제 중 하나인 집단지능의 원리를 밝힐 계획”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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