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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시바(東芝)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한층 복잡한 양상이 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플래시 메모리 부문 세계 3위인 도시바메모리 인수 땐 단숨에 반도체 부문의 글로벌 강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에서 7조원대 부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일본 기업 사상 최악의 자금난을 맞은 끝에 올 초 반도체부문 분할 매각 절차를 밟아 왔다.
일본 도시바(東芝)가 25일 열린 채권 은행단 회의에서 지난 19일 마감한 ‘도시바메모리’ 매각 2차 입찰에 총 네 곳이 참여했다고 말했다고 일본경제신문(닛케이)가 이날 보도했다. 마감 후 하마평은 무성했지만 도시바측이 이를 공식 확인한 건 처음이다. 결과는 시장의 예측과 거의 비슷하다. 양대 유력 후보로 꼽히는 미국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과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입찰했다. SK하이닉스(000660)와 타이완 훙하이정밀공업(鴻海·폭스콘)도 참여했다. 구체적인 입찰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은 훙하이가 3조엔, 나머지가 2조엔 전후를 써낸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는 매각액이 2조엔(약 20조원)이 넘는 곳이 있다는 점만 인정했다.
WD는 최근 들어 이번 인수전의 핵심 변수가 됐다. WD가 일본 내 요카이치(四日) 반도체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는 본인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타 기업에 대한 매각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달 14일 국제중재재판소에 매각 금지 요청도 제기했다. 자금난 해결을 위해 갈 길 바쁜 도시바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두 회사는 원래 직접 연관이 없었으나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와 협력하고 있던 샌디스크를 인수하며 관계가 생겼다.
도시바는 그러나 WD를 인수 후보군에서 사실상 제외한 듯한 뉘앙스를 내비치고 있다. 도시바 관계자는 이날 채권단 설명회에서도 “WD에 매각하는 건 어렵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WD의 제시 금액도 여전히 다른 인수의향 기업보다 낮다. 그러나 WD는 자신과의 인수 협상이 무산되면 타기업의 도시바메모리 인수도 방해할 태세여서 인수 절차가 도시바나 응찰 기업의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