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는 호재에는 별 반응이 없지만 악재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는 전형적인 ‘하락장’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2300도 깨졌다…잘 나오든 못 나오든 실적만 내면 ‘줄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26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4.09포인트(2.71%) 내린 2299.0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올해 1월 6일(종가 기준, 2289.97) 이후 약 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외국인은 다시 매도 공세를 시작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4789억원을 팔아치우며 4거래일 연속 팔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18일부터 10월 16일까지 이어진 16거래일 연속 매도 이후 숨 고르기에 돌입했지만 미국 국채 10년물이 5%대를 향하자 다시 ‘팔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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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선행지표들이 조만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거시경제와 내년 하반기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목표주가는 기존 15만원에서 12만4000원으로 각각 하향했다.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25일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시현하고도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7312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4847억원)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나타냈다. 하지만 유럽과 중국의 전기차 수요 둔화, 리튬과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4분기에도 대외적 어려움이 지속할 것이란 우려 속에 전날 8.70% 내린 데 이어 이날도 2.44% 하락하며 39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40만원을 하회한 것은 지난해 7월 27일(종가 기준, 39만3500원) 이후 처음이다. POSCO홀딩스(005490) 역시 24일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3분기 실적을 냈지만 25일(-6.01%)과 26일(-5.39%) 연일 하락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호실적을 내면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내려옴) 우려로 떨어지고 시장 기대치 이하의 실적을 내면 어닝쇼크라고 하락하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기대감이 없는 장세 속에 부정적인 뉴스에 크게 반응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증시를 떠받들던 개미들의 투자심리도 고꾸라지고 있다. 소액주주가 199만9126명에 이르며 삼성전자(005930)와 함께 국민주로 불리는 카카오(035720)는 사법 리스크가 불거졌고 2차전지와 함께 코스닥을 견인하며 상반기 주도주라 불리던 엔터주는 마약 스캔들에 시달리고 있다.
증권가는 당분간 시장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그나마 눈앞에 있는 ‘중국’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달 초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경절을 맞아 해외여행을 시작한데다, 다음 달 11일은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중국이 탄탄한 소비 능력을 보여준다면 화장품주를 바탕으로 경기 민감주인 기계나 화학주까지 차츰 온기가 퍼질 수도 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최근 화장품주는 엔데믹(경기 재개) 이후 처음 열리는 광군제를 앞두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여전히 거대한 소비규모를 생각하면 이번 광군제의 매출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