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100)로 전년대비 6.3%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농축수산물(7.1%) 등 대부분 식재료 가격이 상승했다. 채소류는 25.9% 오르며 2020년 9월(31.8%)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배추는 72.7% 올랐고 오이 73.0%, 상추 63.1% 등이 특히 많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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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비도 8.4%나 껑충 뛰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작년 1월까지 5346원이던 서울 자장면 가격은 6월 6262원으로 1년 반 만에 1000원 가까이 올랐다.
이처럼 살인적인 물가에 소비심리 위축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났고 있다.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국내 평균 소비성향은 65.6%를 기록해 관련 통계작성을 시작한 2006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소비성향 숫자가 낮을수록 소비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현장에서도 소비 심리 위축현상은 포착된다.
이마트(139480)에 따르면 7월 채소(5.4%), 축산(1.7%), 수산(1.9%), 가공식품(3.4%) 등 식료품 매출은 전년동월대비 소폭 신장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대형가전(-5%), 소형가전(-4%) 등 가전제품 매출은 하락했다. 마트업계 관계자는 “식료품 매출 증가는 가격 자체가 오른 영향이 크다”며 “비싸진 식료품 가격에 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저렴한 한 끼가 인기…전문가 “정부가 물가에 적극 개입해야”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편의점 도시락, 마트 델리 코너 등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를 때우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이마트24가 6월 1일부터 7월 26일까지 자사 도시락 매출을 조사한 결과 전년동기대비 48% 증가했다. 이 기간 중 오피스 상권 매출(68%)이 가장 많이 늘었으며 독신주택가(54%)와 학원가(42%) 또한 상승폭이 컸다. 직장인, 1인 가구, 학생들이 식비 지출에 가장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기업들이 고객 유지와 소비자 가격부담 완화를 위해 다양한 할인전을 하고 있다”면서도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하면 기업들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외식업계는 코로나19 기간 버티고 버티다 고물가 이중고를 맞고 있어 줄 가격 인상이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고정지출인 식비를 아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장인 이진휘(43)씨는 “요즘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의 주요 화두는 단연 물가”라며 “10월까지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데 얼마나 더 아낄 수 있을 지가 걱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상태가 이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더 파격적인 물가 안정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리터(ℓ)당 2000원이 넘던 휘발윳값이 세금을 낮춰 현재 1800원대로 떨어진 것처럼 정부가 물가에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도 농수산물 작황이 안 좋아 가격 추가 인상 여지가 큰데 상승폭이 큰 품목은 선제 수입 등 조치를 통해 물가 상승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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