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순방 일정을 보면 한국과 일본에서의 행보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한국에서는 경제외교를 통해 실리를 챙기고 윤석열 대통령과의 소통에 집중했다면, 일본에서는 경제·안보 공동체를 내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데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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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11일 만에 한미정상회담…경제외교 전면에
지난 20일 오후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경기 평택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공장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 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첫 인사를 나눴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수행을 받으며 함께 공장을 시찰했다. 반도체는 미국이 ‘전략자산’으로 꼽을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한미간 ‘경제안보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21일에는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해 오후부터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한국에서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단 기간(11일만)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소인수 정상회담, 단독 환담, 확대 정상회담 순으로 진행된 정상회담은 당초 예상됐던 90분을 넘어 109분간 진행됐다. 한미 정상은 북한의 무력 도발을 규탄하면서 한미연합훈련 확대에 합의했으며,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내외에서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 동안 한미 정상이 공장 시찰과 정상회담, 만찬, 평택 오산공군기지 방문 등의 촘촘한 일정을 함께 소화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다진 것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학국석좌는 “마지막에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당신을 좋아하고 믿는다’라고 말한 것이 이번 회담의 핵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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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선 IPEF·쿼드 등 인도·태평양전략 본격화
22일 일본으로 건너간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동맹을 통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개혁 필요성을 언급하고, 일본의 안보리 상임 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고 한 것도 중국에 대한 압박과 견제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마지막 날인 24일에는 도쿄에서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대(對)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를 가졌다. 쿼드 대면회의가 열린 것은 작년 9월에 이어 두 번째다.
바이든 대통령은 쿼드 정상회의 이후 일본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이날 저녁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확실한 동맹국인 일본에서, 대중 견제를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인도 정상과 회담을 가진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과 러시아의 패권주의에 대항해 미국 주도의 아시아 질서 재구축을 시도하기 위한 외교전이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역내 국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내는지를 주목하며 이후 미국의 리더십에 대해 재평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