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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1시간 5분 동안 진행된 그의 연설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재건’에 초점이 맞춰졌다.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북한·이란의 핵 위협에 대응하고,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세계 각국이 치열한 코로나19 백신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막대한 백신 생산능력을 앞세워 국제사회에서 영향력과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 경제 재건이 필수적이라며 또 하나의 대규모 투자계획 ‘미국 가족 계획’을 제안했다.
“세계와 백신 나누고, 北·이란 위협엔 동맹과 공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안보와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우리는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 외교와 엄중한 억지(stern deterrence)를 통해 두 국가가 제기하는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 추진해온 외교 정책 방침과 궤를 같이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는 글로벌 리더십 회복, 동맹 복원 및 강화, 중국 견제 등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 100일 동안 ‘미국의 귀환’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글로벌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과의 협력을 강화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테러리즘 및 핵 확산, 대규모 이주, 사이버안보, 기후변화, 전염병 대유행 등을 거론한 뒤 “어떤 나라도 우리 시대의 위기를 홀로 대처할 수 없다. 우리(미국)도 홀로 하지 않을 것이다. 동맹과 함께 주도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핵 진전을 막지 못했다는 판단 하에 대북 정책을 다시 검토·수립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 외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경계심도 내비쳤다. 특히 대(對)중국 견제는 연설하는 내내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에서 강한 군사력을 유지하겠다고 시진핑에게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외에도 코로나19 백신 외교를 통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취임 100일내 1억회 접종’ 목표를 초과 달성한 성과를 과시하며 “우리가 확보한 백신 공급 물량이 (미국 내)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만큼,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의 무기고였던 것처럼 (앞으로) 다른 국가들을 위한 백신 무기고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이날 미국이 확보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2000만회분을 인도에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6일에도 AZ 백신 6000만회분을 다른 국가들에게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과 경쟁하는 동시에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탄탄한 경제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대규모 재정집행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금 멈출 수 없다”면서 “우리는 21세기 들어 중국 및 다른 국가들과 경쟁하고 있다. 우리는 (미 경제를) 재건하는 것 이상을 해야 한다. (전보다) 더 잘 지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1조 8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 계획’이 필요하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주장했다. 이 투자안은 1조 900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경기부양안, 2조 2500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에 이은 세 번째 대규모 재정지출 계획이다. 무상교육 및 보육지원 확대, 보혐료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를 통틀어 봤을 때 공공 투자와 인프라가 미국을 변화시켰다”며 “미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리 가족,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한 세대에 한 번 할 수 있는 투자를 지금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미 기업과 가장 부유한 1% 미국인이 ‘공정한 몫(fair share)’을 지불해야 할 때”라며 법인세 인상 및 부자 증세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또 “연소득 40만달러 미만이면 증세가 없다”며 미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위한 측면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막대한 연구 개발(R&D) 투자를 통해 미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며 “풍력 터빈의 날개가 베이징 대신 피츠버그에서 만들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중국과의 경쟁을 환영하지만 미국의 기술이나 지적재산권의 도용 등 불공정 무역관행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