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선화 박정수 기자] 최근 외부 운용사를 선정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운용보수에 까탈스러운 기준 등으로 인해 운용사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 국내 최대 큰손이라는 이름값도 못하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기금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에 신청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6곳이 모두가 숏리스트(예비입찰군)에 오를 예정이다. 숏리스트는 통상 최종 선정 숫자의 두 배로 선정하기 마련이라 이번에 3곳의 PEF 운용사를 선정하는 국민연금은 경쟁없이 6개사 모두를 모두 1차 숏리스트에 올리게 됐다. 이처럼 서류심사 없이 지원자 전원이 1차 숏리스트에 오르는 건 국민연금으로서도 처음있는 일이다.
반면 같은 시기에 진행된 교직원공제회의 블라인드펀드 선정을 위한 뷰티콘테스트에는 국민연금보다 두 배 가까운 10곳이 지원했다. 국민연금에는 지원하지 않았던 IMM인베스트먼트와 JKL파트너스, 원익인베스트먼트 등 실력있는 PE들이 대거 지원했다. 업계 관계자는 “1차 숏리스트 선정은 경쟁을 해야 의미가 있다”며 “지원자가 없어 경쟁없이 무조건 서류를 통과한다는 것은 공개 모집 자체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라고 심각한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이번 블라인드펀드 흥행 참패에 대해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은 운용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위탁 펀드 수익률이 8% 이상이어야 성공보수를 지급하는 8%룰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반면 산업은행은 올초 뷰티콘테스트를 진행하며 성공보수 지급 기준을 7%로 낮췄다.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는 이보다 훨씬 더 낮은 3%로 정했다. 성공보수 이외에 운용보수도 국민연금이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여전히 돈줄을 쥐고 운용사들의 갑(甲)으로 행세하려 한다”며 “하지만 최근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굳이 운용보수가 낮은 국민연금에서 출자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도 한몫했다. 블라인드펀드로 선정돼 출자금을 받게 되면 정기적으로 투자기관을 방문해 투자현황을 브리핑해야 하는데 전주 이전으로 인해 출자받은 기관들은 4시간 이상을 허비해야할 판이다. 직접 전주에 방문하더라도 담당자를 만나거나 상의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국민연금측은 “성과보수 기준을 낮추거나 운용보수를 높이려면 기금위원회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며 “기금위 통과 이후에도 이사장 사항이라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