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설화 네컷' 벽화 가려지자 뿔난 작가가 남긴 문구는

  • 등록 2021-11-17 오후 6:34:11

    수정 2021-11-17 오후 6:34:11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서울 종로구 한 중고서점 외벽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겨냥해 그려진 벽화가 등장한지 5일만에 판자로 가려지는 신세가 됐다. 이에 벽화의 작가 닌볼트는 해당 판자 위에 ‘세상이 예술을 죽였다’는 항의 문구를 남긴 상태다.

17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해당 중고서점 외벽에 그려진 일명 ‘윤 후보 저격 그림 네 컷’은 현재 나무 판자로 가려졌다.

앞서 지난 12일 이 중고서점 건물 외벽에는 윤 후보가 무속 논란을 일으켰던 손바닥 ‘王(왕)’자, 사과 희화화 논란이 일었던 ‘개 사과’ 그림, 윤 후보의 장모로 추정되는 중년 여성과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보이는 남성의 벽화가 그려진 바 있다.

해당 벽화들은 모두 윤 후보의 논란과 관계가 깊은 장면을 담고 있다. 앞서 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는 옹호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이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SNS에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려 비판을 받았다. 앞서 윤 후보는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리고 TV 토론회에 출연하기도 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중고서점 외벽에 그려져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관련된 벽화가 판자로 가려져있다. 가려진 판자 위에 ‘세상이 예술을 죽였다’라는 문구가 써 있다(아래 사진). 위 사진은 지난14일 가려지기 전 외벽에 그려진 ‘손바닥 왕’, ‘개 사과’, ‘전두환 옹호’ 논란의 키워드 벽화. (사진=뉴스1)
건물주이자 외벽 임대인 A씨는 벽화의 정치색이 강하다는 이유로 이날 오전 7시쯤 벽화를 가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과거 쥴리벽화로 논란이 됐던 자리에 또다시 진보성 벽화가 들어오니 여기저기에서 연락이 많이 온다”며 “조용히 살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에 벽화를 그린 그래피티 아티스트 ‘닌볼트’는 이날 오전 자신의 벽화를 가린 판자 위에 ‘세상이 예술을 죽였다’는 항의 문구를 남겼다. 닌볼트는 그림 공개 당시 정치논리가 아닌 ‘벽화 배틀’ 등 문화예술 마케팅 수단으로 그림을 게시했다고 주장했다.

닌볼트 소속사 대표 김민호씨 또한 “작가에게 작품은 자식같은 것”이라며 “자식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니까 작가도 기가 막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작품을 가리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했다”며 “그런데 작품을 가리셔서 저희도 지금 법적조치를 포함한 대응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원래는 아예 페인트로 지우려고 했지만, 작가 측도 워낙 강경하게 나오다 보니 일단 판자로 가린 것”이라며 “보수 측을 대변하는 그림이 그려져 균형이 맞게 되면 판자를 치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이 건물 외벽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 얼굴로 추정되는 여성의 얼굴 그림 등이 벽화로 그려지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서점 측은 논란이 확산하자 흰 페인트를 덧칠해 그림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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