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플랫폼 국감’ 중심에 선 김범수, 소신발언으로 돌파

3년 만에 국감 출석한 김범수, 의원들 기 쎈 질타에 정면돌파
헤어샵 등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확장 지적에
“해야 할 일과 아닌 것 구분할 것…글로벌로 가겠다”
두 자녀 퇴사한 개인회사 비판엔 “사회적 책임 회사로 전환”
  • 등록 2021-10-05 오후 6:03:47

    수정 2021-10-05 오후 9:19:51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데일리 노재웅 이대호 이후섭 기자] 3년 만에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플랫폼 독점과 문어발식 확장,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여야 의원들이 걱정과 비판을 쏟아냈는데 소신있게 응했다.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분야는 철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의장은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한 카카오의 2대 주주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한 자녀 경영승계 의혹에 대해 논란을 일으킨 점을 분명하게 사과했다. 또 “가족회사가 아닌 사회적 책임 회사로 빠르게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헤어샵 철수 등 새로운 상생 계획도 국감장에서 언급하면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같은 날(5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 나온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택시 호출료 인하와 택시기사와의 수익 분배 조정에 대해 즉답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검토해 답변하겠다”고만 밝혀,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범수 의장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는 등 정치권과의 온도 차도 여전했다.

김범수 확실한 의지 표명에…의원들도 진정성 인정

김 의장은 올해 플랫폼 국감에 사실상 주요 기업 중 첫 타자로 서게 됐다. 2017년처럼 외국 출장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거나 대리출석을 맡길 가능성도 있었지만, ‘카카오 국감’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치권의 공세가 집중돼 김 의장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수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의장의 오늘 국감 출석에 대해 정면돌파라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그는 “사회적 분위기를 인식하는 데 괴리가 있던 부분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부분에 대해서 과감히 수정하고 개선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고 답했다.

꽃배달 중개나 헤어샵 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는 사업들에 대해선 “일부는 철수를 시작했고, 일부는 지분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엔 이제 절대로 진출하지 않겠다”며 “골목상권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정말 약속이자 카카오의 모든 공동체가 추구하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카카오가 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카카오가 지금 하는 사업들이 과연 정당하고 정의로운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여야 의원들에 지적에 공감을 표하면서 “카카오가 가진 기술을 많은 플랫폼에 적용해 돈 없고, 배경 없고, 기술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라면서 “그런데 이제 해야 할 일과 아닌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책임이 커졌다. 재편할 것은 재편해서 글로벌시장에서 도전하고 미래기술을 혁신하는 데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케이큐브, 가족회사 아닌 사회적 책임 회사로”

김 의장은 케이큐브홀딩스와 관련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타에 차분히 답했다. 김 의장은 “동생에게 돈을 빌려준다든지, 선물거래옵션을 한다든지 하는 행태를 보면 케이큐브홀딩스는 마치 가족끼리 돈놀이하는 놀이터 같다”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논란을 일으킨 점을 사과드린다”고 깍듯하게 사과했다. 그러면서 “더는 논란이 없게 가족 형태 회사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로 전환하고, 일정을 앞당겨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장이 2007년 설립한 케이큐브홀딩스는 자신이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이자, 카카오의 2대 주주(10.57%)다. 케이큐브홀딩스에 김 의장의 두 자녀(아들과 딸)가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절세나 경영승계를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 의장 가족회사의 공정거래법 신고 누락 혐의로 케이큐브홀딩스를 들여다보고 있다.

김 의장은 앞서 9월14일 발표한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통해 케이큐브홀딩스의 정관에서 금융업과 투자업을 제외하고, 미래 인재 양성 중심으로 기업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케이큐브에서 근무했던 두 자녀도 퇴사시켰다.

하지만 케이큐브홀딩스의 지배구조 자체를 더욱 선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부인과 자신이 ‘기타 상무이사’로 돼 있고, 자녀 둘도 지금까지 이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등 임직원 5명 중 다수가 김 의장 일가이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이에 대해 케이큐브홀딩스의 창립 배경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회사를 변화시킬 것인지 언급했다. 그는 “케이큐브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를 한국에 이식해보고자 카카오보다도 먼저 만든 회사”라면서 “100인의 CEO를 양성한다는 취지하에 설립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과방위, 택시 수수료 질책..김범수가 해답 들고 와라

김범수 의장은 소신 있는 발언으로 여러 논란을 침착하게 넘겨냈지만, 몇 차례 더 국회를 방문해야 한다.

김 의장은 오는 7일 산자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이 예정돼 있고, 과방위 종합감사에도 출석할 가능성도 있다.

과방위 위원들은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와의 질의에 상당한 답답함을 호소, 김범수 의장이 제대로 된 답변을 들고 와야 할 것을 주문했다. 류 대표는 택시요금에 별개로 붙는 수수료 문제를 인하하라는 질의에 즉답을 피해 전혜숙 의원의 호통을 산 것이다.

같은 날 행안위(경찰청) 국감에 출석한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톡이 여러 사이버 범죄에 악용된다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질의에 “카카오톡 통해 보이스피싱 확산된 데 대해 반성하는 자세로 경찰청과 기술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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