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맹산' 충무공 한시 구절 인용…조국 "검찰 개혁 완수"(종합)

"권력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것 국정과제이자 소명" 의지 강조
'품 넓고 비눈과 멀리 가는 강물' 포용 자세도
야권 비난 의식 "겸허한 자세로 청문회 임할 것"
  • 등록 2019-08-09 오후 4:26:46

    수정 2019-08-09 오후 4:26:46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 출근해 장관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인사청문회를 거쳐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서해맹산(西海盟山)`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 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습니다.”

문재인정부 두 번째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국(54)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적선현대빌딩 1층 로비에서 지명 소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서해맹산`이란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판옥선 12척을 눈앞에 두고 진중에서 읊은 구국 단심(丹心)을 올곧이 드러낸 진중음(陣中吟)의 한 구절로 알려져 있다. `서해어용동(誓海漁龍動) 맹산초목지(盟山草木知)`에서 연유한 4자 성어로 `바다와 서약을 하니 물고기와 용이 요동을 치고 산에 맹서를 하니 초목이 알아주더라`는 뜻이다. 최우선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인 검찰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바로 지명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복직·휴직을 둘러싼) 서울대생들의 비판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모두 인사청문회에서 답을 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비판 여론이 거센 점을 의식한 듯, “향후 삶을 반추하며 겸허한 자세로 청문회에 임하겠다”며 “정책 비전도 꼼꼼히 준비해 국민들께 말씀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검찰 개혁·법무부 혁신…“소명 완수” 일성

조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2년 2개월 간 맡아온 민정수석 자리를 떠난 지 14일 만인 이날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개각 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조 후보자가) 법학자로 쌓아온 학문적 역량과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 능력, 민정수석으로서 업무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개혁, 법무부의 탈(脫)검찰화 등 핵심 국정과제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 후보자도 “이제 뙤약볕을 꺼리지 않는 8월 농부의 마음으로 다시 땀 흘릴 기회를 구하고자 한다”며 “그동안 국민의 마음과 항상 함께 하고자 했다”고 몸을 낮췄다. 이어 “권력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저의 소명으로 이 과정에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강조했다.

검찰개혁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품 넓은 강물이 되고자 한다”며 “세상 여러 물과 만나고 내리는 비와 눈도 함께 하며 멀리 가는 강물이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

민정수석을 지낸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직행을 두고 야권의 반대 의견이 높은 데다 폴리페서(Polifessor·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교수)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실제 취임까지 험로에 놓여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 로비에서 입장 발표를 마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여·야 격돌 예고…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는 17번째 임명되나

자유한국당은 “야당 무시를 넘어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추진한 조 전 수석을 임명하는 것은 검찰 장악에 이어 청와대 검찰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정수석으로서는 업무 능력에서 낙제점을 받았고 공무원들의 휴대폰을 마음대로 사찰하는 ‘영혼 탈곡기’라는 말이 있었던 것처럼 인권에 대한 기본적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며 “법무장관으로 내정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는 만큼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간 난타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의 신임이 강해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도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이 청문보고서 채택에 동의하지 않으면 현 정부 출범 이후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되는 장관급 고위공직자는 17명으로 늘게 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1965년 부산 출생 △부산 혜광고 졸업 △서울대 공법학과 학사 △서울대 법과대학원 법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로스쿨 법학 석사·박사 △대검찰청 검찰정책자문위원 △법무부 감찰위원회 위원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현(現)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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