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간 갈등 끝에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를 골자로 한 개정 공정거래법이 올해 말 시행되지만, 예상만큼 시장 반응은 뜨겁지 않다. CVC 등록이 까다로운데다 여러 제동장치가 주렁주렁 달려 대기업들이 CVC를 적극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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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재계 등에 따르면 CVC설립에 적극적인 대기업 지주회사는 LG, GS정도가 꼽힌다. SK, 효성, CJ 등도 검토는 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을 보겠다면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CVC는 창업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모기업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창업기업의 성장 기반 마련을 지원하는 회사다. 현행법상 대기업 지주회사는 CVC를 둘 수 없지만, 12월30일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CVC 설립이 가능해졌다. 이미 시행령 작업 등이 병행됐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내년 초에는 CVC 1호가 나오면서 벤처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신기사 등록이 마무리되려면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벤처투자붐이 일면서 사모펀드들이 대거 신기사 등록에 나섰는데 선입선출방식으로 등록이 이뤄지다 보니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은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내년 초 론칭하겠다고 윗선에 보고했지만, 예상보다 등록시간이 걸려 일러야 상반기 말에 CVC를 설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다른 대기업 한 관계자는 “CVC 등록 업무를 하는 직원이 1명이라 밀려드는 요구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혁신성장에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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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석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른 CVC 설립 과정에서 신기사 등록이 지연돼 투자활동이 저해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부처 간 실질적인 업무협조가 절실하다”면서 “법 시행 이후에도 시장 목소리를 잘 반영해 투자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들의 우려는 충분히 듣고 운용의 묘를 찾고 있다”면서도 “일반 신기사 설립과 달리 기업형 CVC설립은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지원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CVC가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할 수 있어 초기에 여러 제동장치를 달아놓은 것”이라면서 “요건 완화는 기업들이 CVC를 운용하는 것을 보면서 추후 검토할 과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