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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오는 8월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 수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대학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강사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강사공대위)에 따르면 대학들의 강사 구조조정 유형은 대략 1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시간강사에게 비용 부담이 적은 겸임·초빙교수로 계약할 것을 강요하거나 강사에게 위장 취업 후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한 뒤 오라는 대학도 있다. 특히 개설강좌 축소를 위해 졸업이수학점을 줄이는 등 학습권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학생들도 반발하고 있다.
강사법 앞둔 대학들 비용절감 꼼수
24일 강사공대위에 따르면 강사법 시행을 앞둔 대학의 강사 줄이기 꼼수는 △연락 없는 해고 △전임교수에게 강의 몰아주기 △시간강사에게 강의 몰아주기 △전업강사→비전업강사로 대체 △겸임·초빙교수로 계약 강요 △4대 보험 있어야 고용 △교양과목 축소 △졸업이수학점 축소 △수강인원 확대 △수업주간 축소 △폐강 유도 △온라인 강의 확대 등 크게 12가지다.
강사공대위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강사 대량해고 및 학습권 피해 실태조사 1차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전국의 시간강사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강사들이 해고를 당할 때 겪는 가장 보편적인 사례가 아무런 연락 없는 해고다. 조이한 전 성균관대 강사는 “10년 넘게 강의한 대학에서도 강사를 해고할 때는 어떠한 연락을 주지 않는다”며 “문자 통보도 없어서 강사가 학과 조교에게 확인해야 해고됐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강사들은 자신에게 강의가 배정되지 않은 이유를 조교를 통해 확인할 때 모멸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강사 3명이 맡던 강의를 1명에게 몰아주기
같은 시간강사에게 강의를 몰아주는 경우도 있다. 강사공대위에 따르면 동덕여대는 강사 3명이 맡던 강의를 1명에게 몰아주기로 했다. 제주대는 강의시수 축소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강의 배정을 취소하겠다며 강사를 협박했다.
강사의 신분을 아예 겸임·초빙교원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있다. 강사법은 겸임·초빙교원의 경우 주당 9시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강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방학 중 임금까지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에 대학 입장에서는 강사보다는 비용 부담이 적다. 이 때문에 숙명여대는 초빙대우교수로의 계약을 요구했다. 말은 ‘요구’지만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강의배정을 취소할 수 있어 강사들은 ‘강요’로 받아들인다.
심지어 강사에게 4대 보험에 가입하고 오라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강사들은 4대 보험 중 직장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다. 근로시간이 주당 15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로 분류된 탓이다.
외국인 학생 교양과목 10개 이상 폐강한 대학도
이밖에도 교양과목을 대폭 축소하거나 졸업이수학점을 줄이는 방법으로 강사 구조조정에 나서는 대학도 많다. 연세대는 선택교양 157과목 중 98과목을 2019학년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2년제 전문대학인 배화여대는 졸업이수학점을 80학점에서 75학점으로 줄였다. 경기대의 경우 외국인 학생 대상 교양과목 10여개를 폐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천대는 학기 당 16주 수업이 원칙이었지만 최근 이를 15주로 단축했다.
강사공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여러 대학이 올해 8월 강사법 시행 전 시간강사들을 내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으며 해고 규모는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대학당국은 비용만을 우선시하면서 강사해고와 학습권 침해를 불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와 청와대는 시간강사 대량해고 사태와 대학당국들의 사악한 구조조정을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강사 고용안정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 강사해고 반대의견을 밝힌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2학년 장희정씨는 “성공회대의 경우 시간강사 128명을 102명으로 감축할 방침인데 강사 해고로 개설 과목 수 자체가 감소하면서 학생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정부와 대학은 교원의 노동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강사고용안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