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에 약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삼다수의 제주도 외 유통 판권은 생수업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광동제약은 2012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삼다수를 품에 안았고 LG생활건강은 삼다수를 통해 본격적인 생수업계 시장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유통 판권을 두 개로 쪼개어 입찰 공고를 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제주개발공사)는 생수시장 성장에 따른 큰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
△‘소매용 삼다수’ 광동제약, ‘업소용 삼다수’ LG생활건강
제주개발공사는 삼다수의 소매용 도외 위탁 판매사 우선협상 대상 업체로 광동제약을, 업소용 도외 위탁 판매사 우선협상 대상 업체는 LG생활건강(코카콜라)를 선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광동제약은 슈퍼마켓과 조합마트, 온라인, 편의점 등에 삼다수를 납품할 수 있는 판권을 사실상 확보했다. LG생활건강은 식당과 호텔, 패스트푸드점 등에 삼다수를 납품할 수 있는 권리를 사실상 획득했다.
제주개발공사에 따르면 이번 삼다수 입찰에는 총 5개 업체가 참여했다. 2012년 당시 7개 업체가 응찰했던 것과 비교하면 열기가 식었다. 특히 2012년에 참여한 업체 중 농심을 비롯한 5개 업체는 공식적으로 입찰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입찰을 포기한 업체 관계자는 “채산성을 따졌을 때 실제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자체 생수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광동제약이 그동안 삼다수 유통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점과 삼다수 판권을 놓칠 경우 지난해 달성한 매출 1조 기업의 위상에 문제가 생길 것이 뻔하기 때문에 다른 업체보다 절박한 입장에서 입찰을 준비한다는 것이 근거였다.
실제로 광동제약이 삼다수로 올린 매출이 지난해 1837억 9400만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의 29%를 차지했다. 이 탓에 광동제약은 제약회사가 아니라 음료회사라는 제약업계의 쓴소리도 들어야 했다.
입찰 여부를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LG생활건강은 업소용 삼다수 판권을 거머쥐며 2012년 입찰 실패를 만회했다. 그러나 국내 생수시장 특성상 소매용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업소용 삼다수 판권은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생수업계의 관측이다. 여기에 코카콜라를 통해 강원평창수를 생산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은 삼다수와 강원평창수간의 브랜드 간섭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 제주개발공사 ‘삼다수 판권’ 큰 그림 있나?
생수업계에서는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가 이른바 ‘빅 픽쳐’를 그리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1998년 농심을 통해 삼다수를 유통시켜온 제주개발공사는 2012년 입찰체를 통해 광동제약으로 유통업체를 바꾸면서 적지 않은 실익을 챙겼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번 입찰에서 소매용과 업소용을 나누고 삼다수뿐만 아니라 기능성워터, 니어워터, 감귤제품 등 제주개발공사 나머지 제품까지 팔아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결제조건 또한 매월 마감 후 45일 내 현금결제였던 결제 마감 시한을 매월 마감 후 30일 내 현금결제로 15일 앞당겼다. 입찰 가능 기업 조건도 유통업을 영위하는 자로서 최근 3개 회계연도 결산기준 매출액 평균 1000억원에서 평균 2000억원으로 2배 이상 높였다.
생수업계 관계자는 “현재 7500억원 규모의 생수 시장은 2020년에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제주개발공사 입장에서는 생수 브랜드 파워 1위인 삼다수의 판권 업체가 가져가는 매출과 순익에 욕심을 낼만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수업계 관계자는 “제주개발공사가 지금도 제주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및 3사 계열 중형마트에 직접 삼다수를 유통하고 있다”며 “소매 영업망 확보에 자신감이 생길 경우 제주개발공사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삼다수 입찰에 관련한 사항은 대부분 보안 사항이기 때문에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많지 않다”며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업체는 개발공사와 이번 달 말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개시일로부터 4년간 삼다수를 위탁해 판매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