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표현한 광주지방경찰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계정 게시물과 관련해 이철성 경찰청장이 당시 강인철 광주지방경찰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해당 글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청장은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건이 경찰 수뇌부간 진실공방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 이철성 경찰청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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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 매체는 촛불집회가 고조되던 지난해 11월 18일 광주지방경찰청이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집회 안내 게시물에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라는 표현이 담겨 화제가 되자 이 청장이 참모회의에서 크게 화를 냈다고 경찰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 청장이 다음날 강인철 당시 광주 지방청장(치안감·현 중앙경찰학교장)에게 휴대전화로 연락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 등 표현을 써 가며 크게 질책했고 이후 해당 게시물은 없어졌다고 전했다. 게시물이 삭제된 직후 일부 매체에서 경찰청 본청 차원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당시 강 치안감은 “본청 차원에서 글을 내려달라는 요청은 없었고 이를 지시한 사실도 없었다”고 언론에 밝혔다. 하지만 강 전 청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한 10여일 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1차장으로 발령이 났다. 이 자리는 막 승진한 신임 치안감이 가는 자리로 당시 치안감이던 강 전 청장에게는 사실상 좌천성 인사였다. 또 3개월 뒤엔 ‘인사청탁 업무 수첩’으로 논란이 된 박건찬 전 경찰청 경비국장이 이 자리로 오는 바람에 강 전 청장은 중앙경찰학교장 자리로 옮겨 갔다. 이후 고가 이불 구입 논란 등과 관련해 강 전 청장은 경찰청으로부터 5주간 감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약 9개월이 지나 언론을 통해 다시 의혹이 제기되자 강 치안감은 일부 매체와 통화에서 “당시 이 청장이 전화를 걸어 해당 글에 대해 질책하며 삭제를 지시했다”며 지난해와 정반대 언급을 내놨다.
이 청장은 해당 보도를 ‘허위 보도’로 규정하고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 청장은 이날 경찰청을 통해 공식 입장을 내 “당시 강인철 전 광주청장에게 페이스북 게시글 관련해 전화하거나 질책한 사실은 없다”며 “다만 11월 6일 고(故) 백남기 농민의 노제를 앞둔 상황에, 11월 4일 내지 11월 5일경에 강인철 전 광주지방청장이 해외여행 휴가를 신청한 것에 대해 질책한 바는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