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은행권이 희망퇴직 신청 대상을 늘리며 비용절감·세대교체·채널혁신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새해 첫 영업일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특별퇴직 접수를 시작했다. 은행산업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비용절감과 세대교체를 위한 희망퇴직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새해 첫 영업일인 2일 “만 15년 이상 근무한 40세 이상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을 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1969년 하반기생에는 준정년 특별퇴직금으로 최대 30개월치 월 평균 임금을 지급한다. 1970~1972년생 관리자급에는 최대 30개월치 평균 임금을, 책임자·행원급에는 최대 31개월치 평균 임금을 지급한다. 1973년생 이후는 나이에 따라 최대 24개월 급여를 지급할 방침이다. 임금피크특별퇴직 대상자인 1969년 상반기생 직원들에게는 앞으로 퇴직 신청을 통해 최대 25개월의 임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같은 날 우리은행 또한 10년 이상 재직한 1969년생 이후 출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1969년생에 19개월치 임금을, 1970년생 이후 출생 직원들에 31개월치 임금을 지급한다.
은행권은 희망퇴직 대상을 넓히고 있다. 지난 2023년 1972년생까지 희망퇴직을 받았던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974년생으로 희망퇴직 신청 대상을 확대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1986년생으로 희망퇴직 대상을 파격적으로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부부장·부지점장 이상 직원 중 근속 15년 이상인 1966년생 이후 출생자, 4급 이하 직원 중 근속 15년 이상인 1972년생 이전 출생자, 리테일서비스(RS) 직군 중 7년 6개월 이상 근무한 1986년생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은행 영업점에서 입출금·계좌개설 등을 담당하는 1986년생 직원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었다.
은행은 특별퇴직 임금 외에 재취업지원금 등을 늘리는 식으로 희망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자녀 1인 기준 학기당 350만원, 최대 8학기 2800만원의 학자금 지원이나 최대 4000만원의 재취업지원금을 지급한다. 재취업지원금은 지난 2023년 3400만원에서 지난해 4000만원으로 600만원 늘었다. 은행의 퇴직금은 많게는 8~9억원대에 달한다. 각 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관리자 지급 퇴직자에 약 10억원, 국민은행은 퇴직 조사역에 9억원대 급여를 지급했다. 법정퇴직금에 특별퇴직금까지 합쳐서 8~9억원을 받는 것이다.
이에 은행원들은 정년보다 일찍 짐을 싸서 떠나 직장을 떠난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희망퇴직 신청자가 약 540명으로 같은 해 상반기 희망퇴직자(234명)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은행들은 당장은 비용이 들지만 중장기적 판매관리비 절감과 세대교체, 채널혁신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유도한다.
주요 은행의 인력은 ‘역피라미드’ 구조로 1960년대생 임원이 많아 1970~1980년생 직원들은 승진 적체를 겪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면서 은행원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점포 혁신을 추진하는 것도 희망퇴직자 증가와 맞물려 있다. 은행들이 최근 몇 년간 은행 ‘점포 다이어트’를 하면서 점포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인력 감축 속도가 가팔라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제는 ROC(자본수익률), CIR(영업익경비율) 관리가 중요해졌다”며 “은행원으로서도 임금피크제보다는 희망퇴직이 금전적 보상 측면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에 대상이 되는 직원 대부분은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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