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날개 편 ECB…6월 금리 인하 시작하나

"인플레 목표 수렴 확신든다면 통화정책 완화"
유로존 물가 3년來 최저…시정선 6월 인하 베팅
독일 등 경제 부진에 피벗 압박 가중
  • 등록 2024-04-11 오후 10:32:03

    수정 2024-04-11 오후 10:32:03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5회 연속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완화에 따라 이르면 6월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시사했다.

(사진=AFP)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CB는 이날 통화정책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연 4.5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한 후 5회 연속 동결 결정이다. ECB는 “인플레이션이 적시에 중기 목표치인 2%로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ECB는 그러면서도 “통화정책이사회가 인플레이션 전망과 기저 인플레이션 변동, 통화정책 파급 경로를 평가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목표치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강해진다면 현재의 긴축적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고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도 일부 이사들이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이를 ECB가 이르면 다음 회의, 즉 6월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통화 스와프시장에선 ECB가 6월에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을 67%로 보고 있다. ECB가 6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내 세 차례 금리를 낮출 것이란 게 시장 컨센서스다.

통화정책 전환을 위한 조건도 무르익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4% 올라 물가 목표에 근접했다. 시장 예상을 밑도는 수준으로 2021년 이후 최저치다.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이션에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어질 것이란 우려를 받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ed·연준)와 다른 모습이다. 후세인 메흐디 HSBC자산운용 이사는 “지금까지 데이터는 (ECB)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파)에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CNBC에 말했다. 다만 금리 격차를 고려할 때 연준이 신중론을 유지한다면 ECB 역시 금리 인하를 시작한다고 해도 그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최근 독일 등 유럽 주요국 경제가 부진하면서 ECB가 금리를 낮춰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존) 경제는 1분기에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경제 성장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히 하방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마쿠스 애시워스 블룸버그오피니언 컬럼니스트는 “ECB가 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면 금융 상황은 더욱 긴축된다”며 “실물경제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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