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이용성 기자]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한국정부가 구출한 조력자 및 가족 391명 중 378명이 26일 오후 4시 20분 우리 공군 KC-330 수송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남은 13명은 탑승 인원 포화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대기 중이다. 한국에 조력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에게 위협받던 이들은 26일 오전 4시 53분(한국시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서 이륙한 뒤 12시간여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5세 미만 영·유아가 100여명이었으며 이중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신생아 3명도 포함됐다. 인천공항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은 이들은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6~8주간 머물 예정이다.
| 과거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26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우리 공군의 KC-330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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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우리 정부가 구출한 아프간인 조력자들이 전격 입국하면서 ‘난민’ 문제가 또 다시 우리 사회 화두로 떠올랐다. 법무부가 이들을 ‘특별기여자’로 명명하면서 장기체류 자격을 부여하기로 하자 일부에선 공공의 안녕을 위해 외지인들을 수용하는데 우려를 표한다. 반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서 국제사회 일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난민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500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 난민’ 사태로 한 차례 국론 분열을 겪었다. 당시 ‘난민을 들이지 말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동의자가 70만명에 달했다.
이번에도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400여명 중 탈레반과 연계된 자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일갈했고,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자고 주장했던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욕설 전화 폭탄’을 맞기도 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현지에서 자기 생활비를 벌었을 뿐인데 특별기여자 지위를 부여하는 게 맞느냐”, “자영업자들은 죽어 나가는데 엉뚱한 아프간 사람들을 챙기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 26일 오후 6시 5분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직원과 그 가족들이 입국하고 있다. (영상=김대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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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동지역 및 인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난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으며, 문제가 될 수 있는 이들을 거를 법적장치도 충분히 구비돼 있다고 말한다. 정상률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슬람권인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에서 벌인 테러 등의 문제점 때문에 우리 국민이 공포와 거부감을 갖는 점은 이해하지만 실제 이슬람권 난민 숫자는 많지 않다”며 “이번 일로 굳이 무슬림을 차별한다는 인상을 줄 필요 없이 우리 역량 내에서 절차대로 처리하는 것이 선진국 위상에 맞는 외교”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5~2019년 5년간 난민 신청자 수 국적 1~3위는 카자흐스탄, 중국, 러시아 순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지난해 난민 신청 6766건 중 1%(69명)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2018년 예멘 난민 500여명 중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는 단 2명이다.
이일 난민인권네트워크 의장(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은 “미국,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아프간에서 조력자들을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는 인도적 차원에서 당연할 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매우 잘한 조치”라며 “과거 예멘 사태에서 더 나아가 난민들이 한국사회에서 동등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전향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아프간 현지인 직원 및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378여명이 26일 오후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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