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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세 인하가 일회성에 그친다면 정부가 말하던 시장 활성화는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코스피·코스닥 주식에 대한 증권거래세율 0.05%포인트 인하가 전격 발표된 21일 금융투자업계에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대통령이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를 언급한 만큼 결국 폐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증권거래세 인하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0.05%포인트 인하에 그친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文 단계적 인하 언급…“자본시장 의미있는 진전”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혁신금융 추진방향’에서 코스피·코스닥 상장주식과 비상장주식 거래세율을 0.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주식세율은 기존 0.3%에서 0.25%로, 비상장주식은 0.5%에서 0.45%로 각각 낮아졌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정부가 증권거래세 인하, 금융세제 선진화 마련 방안을 발표한 것 자체가 자본시장에 대한 선물로 받아들여진다”며 큰 의미를 뒀다.
그는 “세제는 그동안 이야기하기 참 어려운 과제였고 1996년 이후 종합적으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며 “정부 관계부처가 규제 완화에 관해 명시적으로 발표한 것 자체가 큰 진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정부가 증권거래세율 인하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발표할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 밝힌 것은 세제 개편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자본시장이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단계적 인하와 자본이득세 역할 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라며 “그동안 시장에서 증권거래세를 두고 이어진 불확실성 논란이 줄어들면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연착륙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도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0.05%포인트 인하가 큰 차이 있느냐 하는 분들도 있지만 실제 영업하는 입장에서는 이 정도 인하도 크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라며 “단계적 인하라는 정부 입장을 인지한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주식 매매에 나설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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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번 개편안에서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에 대한 구두 언급만 있을 뿐 구체적 로드맵에 대한 언급이 없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도 “증권거래세 0.05%포인트 인하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일회성 인하일 경우 시장에 미칠 수 있는 효과가 덜 할 수 있어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는 확실한 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차후 단계적 인하를 결정할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나 기재부 입장에서 증권거래세 인하가 가져올 세수 감소나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0.05%포인트 인하로 시장 분위기를 살핀 후 인하 폭을 늘리거나 혹은 그 반대의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혁신금융 추진방향에서 중장기적으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확대와 연계해 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간 역할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는 당초 기재부 계획대로 대주주 등을 비롯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을 확대하는 가운데 거래세를 점진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현재 주식매매시 거래세 0.3%만 부과될 뿐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투자자의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