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슈퍼 주총데이’ 928개사 개최
특정일 주총 쏠림은 한 두 해 일이 아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2~2016년) 정기주총 개최일은 3월21~31일 사이에 약 80% 집중됐다. 개최요일로는 금요일이 70%에 달했다. 매년 3월 하순 금요일마다 주총 쏠림 현상이 극심했다는 의미다. 시간도 오전 9시와 10시가 대부분(88.2%)을 차지했다. 지난해의 경우 3월 마지막 금요일인 25일에 무려 814개사가 일시에 정기주총을 열었다. 전체 상장법인 40%가 넘는 역대 최대 ‘슈퍼 주총’이었다. 2015년에도 810개사가 3월27일 한꺼번에 주총을 열었다.
올해 슈퍼 주총은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13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을 조사한 결과 현재 정기주주총회 소집일을 알린 상장사(유가증권·코스닥시장) 1723개 중 928개(53.9%)가 이달 24일을 개최일로 결정했다. 전체 절반이 넘는 상장사가 같은날 정기주주총회를 여는 것이다. 17일과 31일 개최하는 곳도 각각 177개, 126개에 달했다.
여러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은 주총 일자가 겹치게 되면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 한곳을 고를 수밖에 없다. 통상 안건들은 주총 현장에서 표결에 부쳐지기 때문에 현장을 참석하지 않으면 의견을 나타낼 기회는 줄어들게 된다. 주총 몰아치기가 개인주주 의결권 제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제기의 배경이다.
하지만 날짜까지 특정 요일에 집중하는 것은 결국 주주들의 결집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상장사 주식 담당자는 “사업보고서가 연례행사일 만큼 작성 부담이 커서 늘 시간에 쫓기고 날짜 조율을 하다보면 3월말로 정해진다”면서도 “기업 오너들은 회사가 ‘내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해 소액 개인주주들의 참석을 꺼리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의무 전자투표 등 대안 마련 필요
현행법에서도 전자투표 실시가 가능하지만 의무가 아니어서 사용 빈도가 적은 편이다. 지난해 전자투표를 이용한 상장사는 487개지만 행사율은 1.44%에 그쳤다. 특히 현재 전자투표는 섀도우보팅(의결권 대리 행사)을 이용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최대주주측에 유리한 섀도우보팅을 실시하려면 전자투표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전자투표 이용사 중 94%는 섀도우보팅을 신청했다. 섀도우보팅과 상관없이 전자투표를 이용 기업은 한국전력(015760)공사, 동양(001520), 경방(000050), KTB투자증권(030210) 등 일부에 그쳤다.
인터넷 주총도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인터넷서도 주주 의견을 받는 ‘하이브리드 주주총회’ 개최가 가능하다. 대기업인 휴렛-패커드(HP)는 2015년 온라인으로만 주주총회를 열기도 했다. 독일도 2009년 다른 장소에서 의결권 위임 없이 권리 행사가 가능한 법안이 도입됐다. 다만 아직까지 기술 제약 등으로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다. 선착순으로 하루에 100개까지만 주총 날짜를 접수 받는 대만처럼 처음부터 분산 개최를 유도하는 방안도 있다.
예탁원도 증권정보포탈인 세이브로와 네이버·와이즈에프엔 등을 통해 전자투표 도입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제도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예탁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전자투표가 가장 현실적인 주주참여 방안”이라며 “일반주주들은 전자투표를 통해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고 관심을 많이 받는 기업들도 의석을 개선해 전자투표 도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